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6개월간의 논의 끝에도 대타협 마련에 실패하면서 합의를 통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노사정위는 지난해 12월 23일 기본합의를 통해 3월 말까지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대타협 방안을 도출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했다. 이후 3개월간 16차례의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와 수십 차례의 전문가 회의가 열렸지만, 대타협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노동시장의 해묵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노사정 간 견해 차이가 좁혀진 의제는 거의 없다.

한국노총은 협상 시한 당일인 31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및 파견대상 업무확대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단계적 시행 및 특별추가 연장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의무화 △임금체계 개편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등 5가지를 철회하지 않으면 ‘합의 불가’라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나마 진전됐다고 알려진 3대 현안마저도 합의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이에 더해 한국노총이 폐기를 주장한 5가지 의제는 노동시장 격차와 청년실업 해소라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핵심 사안에 해당한다. 노사정위가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해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취지 자체가 무색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사정위 무용론도 나온다. 김태기(경제학) 단국대 교수는 “노사정위는 애초에 일부 기득권 노동조합만 논의에 참여하는 대표성의 문제가 있다”며 “노사 이익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등 현안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같은 잣대를 적용할 수 없는 사안이어서 노사정 합의를 통해서 일률적으로 해결한다는 것부터가 잘못된 전제였다”며 “정부가 국민들에게 큰 그림을 보여주지 못하고 노사정위만 바라보고 있었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