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9일 경기 화성 남양읍 현대기아자동차기술연구소 재료개발센터의 한 시험실에서 연구원들이 투과전자현미경을 통해 차량 소재의 내부 구조를 분석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남양연구소 재료개발센터 최적의 소재 개발 ‘구슬땀’

알루미늄 소재 新주조공법 일체형 부품 제작 더 안전

“새롭게 선보일 고성능 모델들에는 경량화 소재를 적극적으로 적용할 예정입니다.” 지난 19일 경기 화성 남양읍에 위치한 현대기아자동차기술연구소의 재료개발센터에서는 차량에 쓰이는 각종 소재에 대한 개발과 검증 작업으로 연구원들이 실험 장비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곳은 현대·기아차의 제조에 쓰이는 각종 부품의 소재를 연구하고, 보다 효율적인 소재를 이용해 차량의 성능과 안전을 향상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는 곳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재료개발센터는 자동차 분야에 있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같은 곳”이라며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X선 장비 등을 통해 차량 소재를 하나하나 뜯어보고 최적의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재료개발센터의 한 시험실에서는 사람의 몸체보다도 더 큰 규모의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한 소재 분석이 진행되고 있었다. 차량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엔진이나 차체 디자인, 프레임 구조 등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약 100만 배 이상으로 물체를 확대해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0만 분의 1 정도인 1nm(나노미터·10억 분의 1m)까지 관측할 수 있는 이 현미경을 통해 연구원들은 차량에 쓰이는 금속, 세라믹, 고무 등의 소재 내부 구조와 분자 분포를 분석해 최적의 차량 소재를 찾아내고 있었다.

엔진이나 변속기, 각종 전자장비 등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관련 기술은 현재 전 분야에 걸쳐 첨단을 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처럼 차량 소재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자동차 기술이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표적인 예로, 신소재 개발을 통한 차량 경량화를 통해 자동차의 연비와 성능, 심지어 제조 공정까지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구형 제네시스에 사용되던 ‘쇼크업소버하우징(바퀴의 완충장치를 지지하는 부품)’의 경우 여러 개의 강판을 용접으로 결합하는 방식으로 조립해 제조 과정이 복잡하고 소재의 한계로 인해 무게도 많이 나갔다.

그러나 신형 제네시스에는 강판이 아닌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쇼크업소버하우징을 사용한다. 재료개발센터가 개발한 알루미늄 소재로 인해 부품의 무게도 줄였을 뿐만 아니라 신주조공법을 통해 일체형으로 부품을 제작할 수 있어 제조 공정도 단순화되고, 용접으로 조립되던 이전의 강판 부품에 비해 안전성과 성능도 높아졌다.

이처럼 현대·기아차의 경량화 기술은 향후 더 많은 차급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재료개발센터 관계자는 “인간이 사용하는 탈것 중에 항공기의 기술이 최상위에 있는데, 이 같은 항공기의 첨단 기술이 점점 기차나 자동차, 배 같은 교통수단으로 내려오는 경향이 있다”며 “경량 소재는 육상교통수단에서도 중요한 소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대차가 야심 차게 준비 중인 고성능 브랜드 ‘N’에는 이 같은 경량화 기술이 더욱 확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재료개발센터 관계자는 “차체를 대부분 알루미늄으로 구성하고 외판 및 기타 부품도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등으로 구성하는 기술력은 이미 확보돼 있어 양산 결정만 내려진다면 문제가 없다”며 “앞으로 나오게 될 고성능 모델에는 새로운 경량 소재를 적극 채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차량 경량화가 신소재 개발의 전부는 아니다. 차량의 가격 등을 고려할 때 비교적 저렴한 강판 부품과 경량화 소재를 적절히 혼합해 최상의 조합을 만들어 내야 한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충격에 강한 초고장력강판을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초고장력강판은 성형성이 낮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현대차는 초고장력강판의 성형성을 개선해 갈 뿐만 아니라 구조용 접착제를 이용해 초고장력강판과 알루미늄 소재나 CFRP 등을 함께 사용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재료개발센터 관계자는 “강판이든 알루미늄이든 각 차급에 맞는 소재 적용이 필요하다”며 “현대차는 시장성과 고객의 요구에 맞춰 멀티 소재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