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2월 직장을 그만둔 홍모(41) 씨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원래 퇴사하면 치킨집을 차리려고 했다가 공무원에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고 2년째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홍 씨는 “우리 사회는 자영업같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다 실패할 경우 떠맡는 위험부담이 너무 큰 구조”라며 “가장 안정적인 도전을 찾다 보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9급 공무원 응시자 연령제한이 사라지면서 해마다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 장기화한 경기 침체, 만혼(晩婚) 현상 등이 중장년층 ‘공시’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6일 공무원 시험 학원가와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정리해고 등을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중장년 공시족’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한 대기업 계열 건설회사에서 일하다 2013년 12월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떠밀리다시피 퇴사한 문모(40) 씨는 보름 앞으로 다가온 9급 공무원 시험 마무리 준비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공무원이 된 뒤 건설 관련 부서에서 일하면 경력을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시험을 보기로 마음먹었다.

전업주부 김미희(43) 씨도 1년 전부터 인터넷 강의를 통해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2명의 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사교육비 부담이 커져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인사혁신처가 파악한 2010년 40대 이상 9급 공무원 응시자 수는 2924명이었다. 하지만 2011년 3402명으로 늘기 시작하더니 2012년 4446명, 2013년 7984명에서 2014년에는 8638명으로 증가했다. 급기야 2015년에는 8817명으로 9000명에 육박했다. 40대 이상 중장년 공무원 응시생이 6년 사이 201.5%나 늘어 3배로 증가한 것. 같은 기간 20대 응시자가 26.4%, 전체 응시자가 35.1%씩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40대 이상 중장년 공무원 시험 응시생은 그야말로 폭증한 셈이다.

서이종(사회학) 서울대 교수는 “고학력의 퇴직자들에게 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공무원 같은 안정적인 일자리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