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의 왜곡된 역사인식”

정부와 전문가들은 24일 일본이 주미 일본대사관 홈페이지를 통해서까지 과거사에 대한 사죄·반성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일본이 아시아 경제발전의 토대를 놓았다”면서 자화자찬을 늘어놓은 데 대해 “한·일 관계 경색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것으로, 그 책임을 한국에 돌리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본이 통상적으로 함께 표기해오던 과거사와 일제 침략에 대한 ‘반성 및 사죄’라는 표현을 하나씩 삭제해가고 있다”면서 “일본의 한국에 대한 불만이 은연중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진 센터장은 이번 일본의 주미 대사관 홈페이지에 게재된 근·현대사 내용 개편이 지난 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국을 설명하는 표현으로 기존에 사용하던 수식어인 “기본적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이라는 표현을 제외한 데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일본이 의도적으로 단계를 밟아나간다는 분석이다. 진 센터장은 “지난 4일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서도 한국을 소개하면서 “기본 가치를 공유하는”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는데, 이번도 그 연장선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진 센터장은 “반성 및 사죄라는 표현 없이 ‘일본의 원조로 아시아의 평화·번영이 창출됐다’는 식으로 언급되면 전체적 맥락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에서 향후 일본의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미 일본대사관이 과거 한국에 대한 경제지원을 전쟁배상이 아닌 공적원조로 호도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일본이 전후 국제사회에 경제적으로 공헌해왔다는 것은 계속 해오던 주장”이라면서 “다만 주한 일본대사관 홈페이지에는 이 공적원조를 전후 배상금으로 평가하고 있는 만큼, 주미 일본대사관 홈페이지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주한 일본대사관 홈페이지에는 식민 지배와 침략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함께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돼 있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일본의 왜곡된 역사인식”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일단 배경을 확인하는 등 다소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의 과거사 및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왜곡은 ‘역사 퇴행적 행위’로 강력 대응할 것”이라면서 “아베 내각에서 조금씩 한국에 대한 표현이 달라지고 있는 부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아베 총리가 8월 태평양전쟁 종전 70주년을 기념해 발표할 ‘아베 담화’에 담길 내용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신보영·방승배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