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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日 장기침체’ 따라가
악화된 환경이 일자리 줄여
수사 탓에 해외수주도 탈락

주택 등 긍정조짐 보이는데
정부가 경제 불씨 꺼뜨리려

갈수록 악화하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10조 원 규모의 추가 부양책을 내놓은 가운데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위축된 기업인들의 ‘경제심리’를 풀어주는 일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기업들에 임금인상을 압박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기업을 타깃으로 한 전방위 수사를 진행하는 현재 상황에선 기업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경제를 뒤흔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20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침체 경로를 따라가기 시작했다”며 “정부 요구대로 기업이 임금을 자꾸 올리게 되면 수출경쟁력이 악화되고 그러면 기업은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최근 검찰의 기업 수사에 대해 “옛날 현대건설이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의 50억 달러짜리 공사를 거의 따냈다가 갑자기 비자금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탈락한 적이 있었다”며 “기업이 잘못이 있으면 수사를 받아야 하겠지만 어떤 ‘의도’를 갖고 기업을 수사했을 경우 입을 경제적 손실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진권 자유경제원장은 정부의 임금인상 요구에 대해 “규제혁파를 주장하는 정부가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것은 규제보다 더 강제적인 억압”이라며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인 국가에서 이런 얘기가 나온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고 말했다.

조동근(경제학) 명지대 교수는 기업 비리 수사 상황에 대해 “최근 주택 거래량이 늘어나는 등 경기 활성화의 긍정적인 조짐이 엿보이고 있었다”며 “그런데 경제의 불씨를 살려야 하는 정부가 그 의도를 의심케 하는 기업을 타깃으로 한 사정과 압박으로 오히려 이 불씨를 꺼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정부가 재정을 더 적극적으로 풀면서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데, 임금을 인상하라는 한편으로 기업 비리를 수사하는 것은 문제”라며 “기업들이 수사의 타깃이 되는 걸 피하고자 정부 요구를 받아들여 임금을 올리면 기업들은 거덜 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 교수는 “국내외 경제상황이 극도로 안 좋은 이런 시기에 정부가 기업 비리 수사를 들고 나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되면 그 피해는 결국 국가경제 전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대환·박준희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