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문제의 두 의원 김영란법 졸속 입법과 관련해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해 5월에 열렸던 국회 정무위원회 법률심사소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시 소위 위원장이었던 김용태(왼쪽) 새누리당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였던 김기식 의원이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각각 발언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언론이 부정청탁 가장많아” 일부, 對언론 부정적 발언
‘기자들도 한번 당해봐라’ 이완구총리 발언 확인된 셈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을 심의했던 지난해 4∼5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속기록을 보면 정무위 위원들은 언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곳곳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후보자 시절 ‘김영란법’을 언급하며 ‘기자들도 당해 봐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5일 국회 속기록 등에 따르면 지난해 5월 23일 열린 법안심사 소위에서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방 기준으로 볼 때 제일 부정청탁을 많이 하는 데가 언론사”라며 “정치부만 있는 게 아니고 경제부, 사회부 다 있어 직무 연관성도 제일 많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한쪽에서는 (언론사가) 부정 청탁을 너무 많이 하기 때문에 막아 달라는 민원이 반절이고, 언론사들이 (다른 기관에) 청탁을 해 가지고 안 되니까 이것을 좀 대신 해달라는 그런 청탁이 반절이다”고 발언했다. 이에 김용태 소위 위원장과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이 일부 사이비 언론이나 지방 언론에 대한 것 아니냐며 발언을 자제시키기까지 했다.

김기식 새정치연합 의원은 같은 달 27일 회의에서 언론기관을 포함시킨다고 한다면 부정청탁은 ‘언론기관이 받는, 기사를 빼 달라는 청탁’과 ‘언론기관이 기사를 매개로 광고를 달라고 하는 청탁’의 두 가지 유형이 핵심이라며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를 질의했다. 또 “예를 들어서 기자들이 연수 가잖아요. 회사 돈 아니고 언론재단이나 등등 연수를 가는 경우에 (금품수수에) 해당이 됩니까, 안 됩니까”라고도 물었다.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이 “언론기관을 자꾸 말씀하시는데 언론기관은 저희가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우리 논의 취지를 살려서 집어넣으라”고 전문위원에게 지시했다. 김 의원은 참여연대 재직 시절인 지난 2008년 외부기관의 지원을 받아 2년 동안 미국 명문대학인 스탠퍼드대에서 연수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언론인들의 해외연수 문제 및 해외기관 초청연수 등은 문제 삼지 않는다고 한 것을 확인하고자 질의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인식은 정무위원들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한 법조인 출신 새누리당 의원 역시 김영란법이 처리되기 직전 다른 의원들에게 “기자들도 한 번 당해 보라 그래”라며 속내를 드러냈다. 한 새정치연합 의원은 “김영란법 논의 과정을 보니 ‘언론인들 손 좀 봐야 한다’는 적대적 감정이 상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