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전략가치 낮게 판단… 관계 악화 책임도 돌려
산케이기자 기소 영향도… 외교부 “추이 지켜볼 것”

일본이 한국을 소개하면서 외무성 홈페이지에서도 “기본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 나라”라는 문구를 삭제한 사실이 4일 확인되면서 가뜩이나 얼어붙은 한·일 관계가 근본부터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급등하고 있다. 한·일 국교 정상화 50년을 맞은 올해 최악의 한·일 관계가 될 것이라는 연초 전망이 들어맞아 가고 있다는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대내 정치적 요인으로 우경화로 달려나가면서 ‘50년 지기’ 우방국인 한국마저 포기하려 든다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외교가에서 높아지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도 “우리로서도 배경을 살펴보고 있으며 향후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며 긴장하는 모습이다.

특히 한·일 관계 개선의 임무를 띠고 있는 일본 외무성마저도 한국의 지위를 단순한 이웃 국가로 ‘강등’시킨 것은 매우 충격적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물론 외무성의 입장 변화는 아베 총리가 올해 2월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로 규정한 데에서 출발하고 있다.

앞서 아베 총리는 2013년 2월과 지난해 1월 연설에서는 한국을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기본적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 “기본적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로 각각 칭했다.

이번 조치에는 한·일 정상회담 및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는 일본 측 불만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아베 총리가 한·일 관계 악화의 책임을 한국에 돌리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낮게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한·일 관계의 패러다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최근 일본이 부쩍 미국 쪽으로 다시 돌아서고 있는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일본의 전략 자체가 변화한 것이라면 미국으로서는 한국을 제쳐 두고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한·미 관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자칫 한·미·일 3국 협력이 지체되는 것이 한국의 탓으로만 비쳐질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한·일 정상이 양국 관계 개선 의사를 피력하는 타이밍에서도 ‘엇박자’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외교당국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정부 내에서 한국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론이 거론되는 상황은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한국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산케이(産經)신문 전 서울지국장 문제가 이번 표현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실제 아사히(朝日)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