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양국 간 엔터테인먼트 산업 역시 더욱 긴밀해질 전망이다.

올해 초까지 중국 내 한류 시장의 주요 콘텐츠는 드라마였다. 지난해 방송된 ‘별에서 온 그대’가 큰 성공을 거둔 이후 한국 드라마와 출연 배우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솟았다. 하지만 중국신문출판광전총국이 1월부터 해외콘텐츠 수입량을 제한하고 사전심의제까지 가동하며 드라마 시장이 냉각됐다. 하지만 실망하긴 이르다. 한·중 합작 영화 시장이 대체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일단 성공모델이 있다는 것이 반갑다. 지난 1월 중국에서 개봉한 중국판 ‘수상한 그녀’인 ‘20세여 다시 한 번’은 3억5000만 위안(약 607억 원)의 매출을 거두며 한·중 합작영화 최고 흥행작으로 떠올랐다. 이후 ‘건축학개론’을 비롯해 ‘댄서의 순정’ ‘시라노 연애 조작단’ ‘블라인드’ 등이 현재 한·중 합작으로 기획 중이다.

‘20세여 다시 한 번’의 후속작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배우 차태현과 걸그룹 에프엑스의 중국인 멤버 빅토리아가 호흡을 맞춘 ‘엽기적인 그녀2’도 양국의 합작품이고, 송승헌-류이페이(劉亦菲) 주연의 ‘제3의 사랑’, 박시후-윤은혜가 함께 출연하는 ‘사랑후애’ 등 합작 영화도 이미 첫 삽을 떴다. ‘댄서의 순정’ 리메이크 제작 및 기획을 총괄하는 배경렬 아이엠컴퍼니 대표는 “‘20세여 다시 한 번’의 성공 이후 중국 업체들의 시선이 달라졌다”며 “한·중 FTA 등 정책 변화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는 성공 모델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데 ‘20세여 다시 한 번’이 그 역할을 해줬다”고 밝혔다.

한·중 합작의 시작은 2000년 제작된 영화 ‘비천무’와 ‘아나키스트’로 볼 수 있다. 이후 장동건-장바이즈(張柏芝) 주연의 ‘무극’, 안성기-류더화(劉德華)가 함께 출연한 ‘묵공’에 이어 2013년 제작된 ‘미스터 고’까지 한·중 합작의 역사는 짧지 않았고, 시행착오를 통해 보완과 발전을 거듭해 왔다. 한·중 합작은 더 이상 양국의 배우가 함께 출연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20세여 다시 한번’에 한국 배우가 출연하지 않았듯, 유명 배우의 교류는 합작의 한 형태일 뿐이다. 한국의 기획과 중국 자본의 결합, 한국 제작 스태프의 참여, 중국 로케이션 장소 제공, 시나리오 공동 개발 및 공동 연출 등 다양한 융합이 가능하다.

배 대표는 “요즘은 한국의 미술, 조명, 분장팀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의뢰하는 중국 업체가 많다”며 “충무로의 발전된 기술력과 노하우가 중국의 자본력과 만나 13억 중국 시장을 넘어 전 세계 영화 시장을 공략하면서 인도의 ‘볼리우드’를 넘는 ‘찰리우드(차이나+할리우드)’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