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IT 경쟁업체들 “끼워팔기” 반발

구글이 자사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구글월렛을 미국에서 유통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선탑재키로 하면서 인터넷 업계에 또다시 모바일 선탑재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모바일 운영체제(OS)의 절대 강자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무기로 기존 모바일 결제 시장 흔들기에 나섰다. 모바일 OS 독점 기업의 이 같은 행보는 성장하는 모바일 결제 시장에 적지 않은 판도 변화를 예고한다.

특히 구글은 최근 미국 3대 이동통신사와 손잡고 앞으로 미국에서 팔리는 사실상 모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구글월렛을 선탑재할 예정이다. 구글이 최근 유럽, 러시아, 일본 등 각국에서의 반독점 논란에도 불구하고 구글월렛의 선탑재에 나선 것은 애플이 지난해 10월 애플페이를 선보인 뒤, 불과 3개월 만에 미국 결제 시장 1위인 페이팔을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한 것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OS 사업자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선탑재가 시장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국내 사례만 놓고 보더라도 특정 플랫폼에 선탑재를 통해 자사 서비스를 끼워파는 행위는 공정한 경쟁을 제한해 시장을 왜곡시켜 왔기 때문이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의 무혐의 결론으로 막을 내린 구글의 자사 OS 내 검색엔진 선탑재는 PC에서 2위를 고수해온 다음카카오가 결국 구글에 모바일 검색 시장을 내주는 시장 왜곡을 초래한 바 있다. 지난 1월 구글의 모바일 검색점유율은 12.2%로 11.1%인 다음카카오에 앞섰다. 여전히 PC에서는 지난 1월 기준으로 다음카카오가 18.6%, 구글이 3.7%를 각각 기록 중이다.

각국의 업계에서도 모바일 OS에 특정 서비스 선탑재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애플이 과거부터 자체 생태계를 구축해 성장하는 전략을 구사해온 반면, 구글은 개방을 기치로 플랫폼을 확장해온 터라 구글에 대한 반발이 더욱 거센 상황이다.

러시아 토종 검색엔진 얀덱스는 PC에서 60%의 검색점유율이 모바일에서 구글의 검색엔진 선탑재로 44%까지 급락했다며 구글이 구글검색, 구글플레이 등 자사 제품을 끼워파는 ‘번들’ 관행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6월 포르투갈의 애플리케이션 장터 사업자 앱토이드가 구글의 구글플레이를 반독점 혐의로 유럽연합(EU)에 제소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업계는 과거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터넷 익스플로러 끼워팔기로 웹브라우저 시장점유율 1위인 넷스케이프를 시장에서 몰아낸 전례를 경험한 바 있다”면서 “이런 맥락에서 업계는 이번 OS 사업자의 자사 모바일 결제 서비스 끼워팔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