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소송 늘까…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결정으로 이혼 및 위자료 소송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7일 오전 변호사 사무실이 몰려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한 남성이 이혼 상담 전문 간판이 내걸린 변호사 사무실 앞을 지나가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

가사소송 법조계 변화 예상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형법상 간통죄가 사라짐에 따라 가사소송을 다루는 법조계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대한 민사적 책임을 어떻게 지워야 할지에 대한 상담이 늘어나고 부정행위를 적발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강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의 간통죄 위헌 결정 이후 변화된 이혼·가사소송에 대한 문의는 물론 실제 이혼 소송 등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소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 2부장은 27일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더 이상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 없게 돼 앞으로 어떻게 민사적으로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의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대방의 간통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대신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 등 손해배상 소송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어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의심하는 이들의 경우 곧장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민호 ‘바로법률’ 변호사는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향후 재판부가 높게 산정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민사상 귀책사유인 부정행위를 기준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 소송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민사상 손해배상 재판은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대한 증거를 형사재판보다 폭넓게 인정해주는 편이다. 과거 간통혐의가 입증되기 위해선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사진과 유전자 증거를 확보해야만 했다. 하지만 민사 재판에서는 이메일, 문자메시지, 통화내용만으로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대신 외도의 증거를 본인이 직접 확보해야 해 개인 비용으로 심부름센터(흥신소) 직원을 고용하는 사례도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흥엽 변호사는 “위자료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 결정적인 부정행위에 해당하는 간통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심부름센터 직원을 고용하는 사례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혼 유책 배우자에게 가정파탄의 책임을 물어 위자료 및 재산분할에서 부담을 크게 지울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만 있을 뿐 실제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할지는 알 수 없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 지금까지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대한 위자료 혹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원고 측이 요구하는 액수가 합리적인지를 판단한 후 적정액을 산정했을 뿐, 부정행위를 했을 때 얼마를 배상해야 한다는 양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간통죄 폐지 후 배우자의 부정행위와 관련한 재판의 결과가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배우자의 부정행위 증거수집은 어디까지나 사적 구제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용을 상대방에게 요구하긴 어렵고, 부정행위 증거확보를 위해 불법도청 등 현행법을 넘어선 행위를 할 가능성도 존재해 향후 간통죄 위헌 결정에 따른 갖가지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민·정유진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