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구직 상담을 받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항상 이번 설만 같기를….’

김모(51) 씨에게 이번 설은 유난히 따뜻하다. 특별한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닌데 시골 형님 댁에서 올 설을 보낼 생각에 입가에 절로 웃음이 돈다. 먼 친척들과 고향 친구들을 당당히 본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김 씨는 친구들은 물론 친척들과 만나기를 꺼렸다. 지난해 4월 예상치 못한 실직이 김 씨를 그렇게 만들었다. 소위 중견기업 잘나가던 부장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추락을 한 것.

“체코, 러시아 주재원도 했습니다. ‘영어면 영어, 실적이면 실적’ 누구보다 자신 있었죠.”

지난 10일 만난 김 씨의 말이다. 바로 새 직장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재취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김 씨는 “처음 분노가 우울로 변했다”고 말했다. 그런 김 씨를 구한 것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이하 희망센터)였다. 김 씨는 희망센터의 재취업 강좌에 참여를 했고 지난해 11월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한 중소기업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전경련은 지난 2011년부터 이 희망센터를 설립해 중장년 실직, 퇴직자들의 인생 2모작을 돕고 있다.

“우울해지더니 점점 대인기피증세가 나타나면서 불안해졌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서 희망센터를 찾았지요.” 김 씨는 희망센터를 찾아 얻은 가장 큰 수확으로 심리적 ‘힐링’을 꼽았다.

“실직 후 첫 반응은 다양하지만 그 6개월 뒤 대부분 사람들이 무기력해지고 심한 경우 대인기피증에 빠지죠. 전문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희망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김동준 센터장의 말이다.

전경련 희망센터는 재취업과 창업을 지원하는 알찬 재교육과 세심한 구직자 관리가 특징이다. 희망센터는 한 기수별로 연간 10회의 이력서와 사업계획서 작성, 면접 요령 등의 다양한 강의는 물론 5인 이상 모임 실비까지 지원하며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서로 격려하고 정보도 교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 김 센터장의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통한 ‘족집게’ 면접 준비 특강(?)은 이미 희망센터 안팎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지난 연말 이름을 들으면 모두가 아는 한 중견기업에서 무역 관련 업무를 볼 사람을 뽑았습니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지난해 통틀어 경쟁이 가장 심했지요. 지원자를 위해 면접 예상 질문을 작성해줬습니다. 결국 ‘재취업에 성공했다, 고맙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고맙다”는 한마디에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는 게 김 센터장의 고백이다.

지난 한 해 희망센터의 도움을 얻어 2000여 명이 재취업에 성공했다. 희망센터의 세심한 구직자 관리가 전경련의 네트워크를 이용한 다양한 정보지원, 취업박람회 개최 등 실질적 구직지원 등과 맞아 떨어진 결과다. 희망센터는 지난해 9월 LG 등 12개 그룹들과 함께 ‘중장년 채용한마당’을 개최한 데 이어 삼성그룹 등과 공동으로 한 취업박람회만 4차례 열었다.

지난해 재취업 성공자 수는 전년도인 2013년보다 약 3.0%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희망센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년 재취업 성공자들은 ‘게걸음’으로 늘어나는 데 실직, 퇴직자 수는 성큼성큼 ‘소걸음’으로 늘고 있다.

지난 6일에도 한 구직자가 희망센터를 찾았다.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다 지난해 퇴직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실직자는 노후 준비는 그동안 꾸준히 해와 경제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점차 무기력해지길래 이래서는 큰일 나겠다 싶어 나왔다. 일할 수 있는 데 쉰다는 게 문제”라며 “다른 복지보다 희망센터와 같은 지원을 늘려주는 게 가장 좋은 복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센터장은 이에 “잘 오셨다”며 “실직 1년 내 재취업을 하도록 자기 관리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실직, 퇴직 뒤에 새로운 취업은 청년취업과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는 게 좋습니다. 칩거하지 말고 박차고 나와야 합니다.” 인생 2모작에 성공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주는 김 센터장의 조언이다.

박선호 기자 sh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