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악화될 대로 악화된 한·일(韓日)관계에서 또 하나의 전기가 될 전망이다. 오는 23일 만료될 통화(通貨)스와프 협정의 연장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상대국 통화를 주고받는 통화스와프는 평상시엔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되고, 외환위기를 예방·대처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도 된다. 그런 측면에서 한·일 양국 모두 지금 당장 통화스와프가 절실하지는 않다. 그러나 중단이 현실화할 경우, 일본의 역사인식 퇴행으로 비롯된 정치·외교적 갈등이 경제 분야로 확산 되는 상징성을 갖게 된다.

실제로 이 문제를 놓고 양국 정부는 감정적 대립 양상까지 보이고 있어 걱정된다. 일본 총리실 관계자가 “한국과 일본의 고집 싸움이 돼 연장하지 않는 것으로 됐다”고 말했다고 14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일본은 “한국이 먼저 연장을 요청해야 연장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 정부는 상호 합의를 강조하고 있다. 아직 양측 간 협의가 진행 중이만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관계 등으로 볼 때 실제로 종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은 2001년 7월 20억 달러로 시작됐다. 그 뒤 미국발(發)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11년에는 700억 달러까지 규모가 확대됐으나 양국 관계가 나빠지는 데 비례해 줄어들어 현재 100억 달러만 남아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말 외환보유액이 3621억9000만 달러인 데다 중국 등 다른 나라들과 여러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어 일본에 그리 연연할 필요가 없다. 국가 신용등급도 일본보다 한 단계 높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독도, 위안부 등 경제 외적 문제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통화스와프를 동원하는 것은 옹졸한 짓이다. 올해는 한·일 국교정상화 50년을 맞는 뜻 깊은 해다. 가급적 과거사 문제가 경제·문화 등 다른 분야로 파급되지 않도록 하면서 풀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오히려 통화스와프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커진 셈이다. 한·일 양국이 경제 문제를 감정적으로 접근하면 모두에 손해가 될 뿐이다. 자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