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선 국내업체들 압도
급속 유출땐 금융시장 ‘출렁’

일본의 우리나라 주식 보유 규모가 10조 원에 육박하고, 대부액 규모도 5조 원에 달하는 등 일본계 자금이 한국 시장으로 물밀 듯이 밀려들고 있다.

금리 차와 환차익을 노린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유입에 따른 것으로 추정돼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신흥국 위기 등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 시 급격한 유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6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4월부터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수로 돌아서 올해 1월까지 10개월 연속해서 우리나라 주식을 사들였다. 일본이 최근 10개월간 순매수한 우리나라 주식 규모는 3조5070억 원에 달한다. 이는 미국(4조4780억 원)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순매수 규모다. 2013년 말 6조3840억 원이었던 일본의 우리나라 주식 보유액은 올 1월 말 현재 9조8650억 원까지 증가하며 1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에 진출한 21개 일본계 대부업체의 전체 대부액은 4조9700억 원으로 우리 대부업체(77개)의 3조5000억 원보다 자금력에서 앞선다. 이는 일본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저금리와 엔저 현상이 지속되자 금리 차와 환차익을 겨냥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국내로 유입된 때문으로 분석된다.

오정근(건국대 특임교수) 아시아금융학회장은 “국내에 유입된 일본 자금은 2012년 이후 환차익만 40% 가까이 거뒀다”며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으로 한국이 조금만 흔들려도 환차익을 거둔 일본 자금이 바로 빠져나가면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외환당국은 외화 유동성 위기 상황에 대비해 외화 건전성 부담금 부과 대상을 기존 은행에서 올 하반기부터 카드사·보험사·증권사 등으로 대거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외환당국은 또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제도를 도입해 1개월간의 현금 유출액에 비해 즉시 달러화할 수 있는 고유동성 자산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상시 점검하기로 했다.

김석·이관범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