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골드스탠더드 넘어서려면 …‘非核무기 기술’ 입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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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식, 플루토늄 추출 어렵고
SFR ‘증식로’아닌 ‘소각로’”
‘核개발 아니다’ 증명할 필요

美,‘동맹’보다 비핵화 우선
한·미 파이로프로세싱 연구
협정문에 반영 적극 나서야

한미원자력협정 협상이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는 가운데 12일 현재까지도 역시 근본적 걸림돌은 미국 비확산파의 의구심으로 지적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원칙론적이고 강경한 핵 비확산 의지는 4년여 동안 한·미 당국의 협상 곳곳에서 난관을 초래했던 이유다. 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 개발은 없다”는 비확산 의지를 확고하게 천명해온 것도 미 비확산파의 의구심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1992년 핵의 농축·재처리 시설을 보유하지 않겠다는 한반도 비핵화 선언만으로는 미국이 1970년대 중반 이후 적용하고 있는 ‘골드 스탠더드’(농축·재처리 불허)를 넘어서기에 뭔가 부족하다는 게 정부·학계의 공통된 견해다. 단순한 선언을 넘어선 행동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특히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파이로프로세싱(pyro processing·건식 재활용)이 핵무기 전용으로 이어지는 핵물질 추출이 쉽지 않으며, 2028년 완공 예정인 원형로에 들어갈 소듐냉각고속로(SFR)가 사용 후 핵연료 재활용을 위한 시설이라는 사실도 기술적으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이번 협상에서 한·미 간 파이로프로세싱 공동연구를 지원하고, 그 결과를 협정문에 반영하는 방안을 고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파이로프로세싱과 SFR 개발=원자력 학계가 파이로프로세싱에 주력하고 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4세대 원자로에 대한 연구가 원자력의 미래를 결정지을 핵심이기도 하지만, 파이로프로세싱과 SFR로 이어지는 재활용 공정이 이미 상용화된 습식 재처리인 퓨렉스(PUREX)보다 핵확산이 쉽지 않다. 현재 재처리 시설을 갖춘 영국·프랑스·일본·중국·러시아·인도 등 6개국이 사용하는 퓨렉스에 ‘습식’이라는 단어가 붙은 것은 질산 등과 같은 유기용액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퓨렉스 공법은 핵무기로 전환이 가능한 플루토늄을 사용 후 핵연료에서 추출하기 때문에 핵확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재처리=핵무기 개발’ 공식이 굳건하게 자리 잡게 된 것도 퓨렉스 공법의 기술적 특성에서 기인한 셈이다.

반면 한·미가 10년간 공동연구하기로 한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 후 핵연료를 금속 형태로 환원한 뒤 전기분해를 통해 대부분의 우라늄을 회수, 연료로 다시 사용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재처리(reprocessing)’ 대신에 ‘재활용(recycling)’이라는 표현을 애써 고집하는 배경이다.게다가 나머지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은 뒤섞인 상태로 남기 때문에 순수 플루토늄 추출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핵확산 우려가 없다. 또 파이로프로세싱과 이를 통해 재가공된 핵연료가 장전되는 SFR는 사용 후 핵연료 부피를 크게 줄일 수 있는 데다, 단계를 되풀이하면서 핵연료로 소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다. 핵폐기물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소듐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SFR는 핵연료를 더 만들어내는 ‘증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일본의 고속증식로 ‘몬주’와는 완전히 다르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몬주는 핵연료가 부족해질 상황을 대비한 ‘증식’이라면, SFR는 ‘소각’에 방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미국 비확산파 설득할 논리 무장=문제는 파이로프로세싱과 SFR 모두 아직 완전히 기술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연구팀이 초기 단계에서 비확산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한·미 간 공동연구는 7년이 더 남아 있다. SFR의 상업용 가능 여부도 미지수다.

미국 내에서는 비확산을 중시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2008년 미국·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자력협정에 골드 스탠더드 조항이 포함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2월 베트남과의 협정에 골드 스탠더드 조항 없이 농축·재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선언만 담았다가 미 의회가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비확산을 중시하는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당이 되면서 강경 기류는 더 고조되고 있다. 밥 코커(공화당) 상원 외교위원장이 특히 강경론자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축·재처리 허용에 강력히 반대하는 공화당이 압승한 상황에서 북핵 위협이 있는 한국에 권한을 허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비확산 의지 표명과 함께 치밀한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정부 소식통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불신을 해소하는 작업을 정밀하게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

골드 스탠더드(gold standard) = 미국이 핵 비확산 정신에 따라 다른 국가에 우라늄의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 미국 원자력에너지법(Atomic Energy Act) 제123조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 조항에 규정돼 있다. 이 조항에는 ‘미국이 원자력협정을 새로 맺거나 개정하는 국가에 핵무기의 비확산에 관한 조약 (NPT·Treaty on the 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에 가입하도록 하고 농축·재처리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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