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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주의 선언 / 문광훈 지음 ／ 김영사

‘심미주의 선언’에 접근해가는 가장 좋은 방식은 질문이다. 일단 심미주의란 무엇인가? 아름다움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문예 사조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2015년 현재를 살아가는데 심미주의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이 책의 부제인 ‘좋은 삶은 어떻게 가능한가?’에서 찾을 수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충북대학교에서 독문학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평론가인 저자는 삶의 심미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좋은 삶을 사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온갖 생계형 범죄가 판치고, 연말정산 환급금을 둘러싸고 거센 비판이 오가는 시대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논하는 것이 사치가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과연 이 시점에 심미주의를 주장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고민이 많았던 저자는 자신의 아내의 지적을 책 속 각주로 달았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예술이나 심미적인 것은 전혀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아요. 어떤 이들에게는 너무 고차원적이거나 허황되거나 비현실적인 것인지도 몰라요. 예술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아주 드문, 희귀한, 소수의 특권적인 일이지요.”

많은 이가 공감할 아내의 지적에 저자는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예술의 길이란 참 좁고 위태롭지만 이는 지극히 예외적인 인간의 몫으로 존속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을 제외한 어떤 존재도 예술을 논하지 못하는 만큼 예술을 이야기하는 것은 곧 인간다움을 일깨우는 과정이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저자는 심미주의를 실천하는 삶을 살기 위한 7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남의 삶을 흉내 내지 않는 나의 삶을 살고, 그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삶의 숱한 불확실성과 불운과 당당히 맞서 싸워 이기라고 주문한다. 또한 이 싸움은 이기기 위함이 아니라 보다 참되고 선한 것을 추구하기 위한 과정이어야 하고, 타인과는 교류하되 그 속에서도 자기 정체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끝으로 예술은 행동이 아니라 느낌으로 받아들이고 이 느낌이 가져오는 미묘한 변화가 행동까지 바꾸며, 이렇게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항상 기록하며 내 삶의 주인이 나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충고한다. ‘심미주의 선언’을 보며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이가 현실적으로 산다면서도 손에 잡히지 않는 허황된 꿈만 좇으며 인생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저자는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것을 추구하며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하라고 권한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