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월 말 발표할 예정이었던 국민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 발표를 무기한 연기한 것과 관련, 청와대가 29일 “(부과체계 개선이) 백지화된 게 아니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해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연말정산 방식 변경이 ‘꼼수 증세’ 논란으로 비화한 것에 놀란 청와대가 정부가 3년 동안 준비해 온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을 무력화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적극적인 해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주민세·자동차세 인상 방침을 언급했다가 하루 만에 주워 담은 것에 이어 정책 혼선이 반복되고 있는 것을 두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 발표를 연기하도록 청와대가 압력을 행사했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에 대해 “전적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회적 공감대를 확보하기 위해 좀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민 대변인은 “청와대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과 관련해 기획단에서 마련한 여러 모형에 대해 알고 있었고, 이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복지부에서 내부적으로 충분히 검토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앞서 28일 브리핑을 통해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후) 추가 소득이 있는 직장 가입자나 피부양자의 부담이 늘어나면 솔직히 불만이 있을 것”이라며 “고심 끝에 (개선안 발표를) 연기하고 신중하게 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 장관이 추후 개선안 발표 계획을 언급하지 않은 데다 2016년 국회의원 총선거, 2017년 대통령선거가 예정돼 있는 만큼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연말정산 대란이 터진 가운데 고소득 직장인과 피부양자에게 보험료를 추가로 부담시키는 내용의 개선안이 나올 경우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청와대가 제동을 걸었다는 얘기다.

여야 정치권은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연기 이유로) 국민설득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정부가 그동안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김 최고위원은 연말정산 파동, 주민세 등 인상 백지화를 언급하며 “정부 정책이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일이 없도록 각성하고 신중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원내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가 무능과 무책임, 좌충우돌과 국정 난맥을 보여주고 있다”며 “국정의 목표와 컨트롤타워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야권에서는 ‘중 부담 중 복지’론이 제기되고 있다.

오남석·윤정아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