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작업을 중단하면서 피보험자들의 집중적인 민원이 제기돼온 건보료 부과체계의 형평성 문제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작업은 경제적 형편이 비슷한데도 보험료에 현격한 차이가 나거나, 소득이 많은데도 자녀·배우자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으면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등의 모순적인 사례를 바로잡기 위해 추진됐다. 예를 들어 비극으로 삶을 마감한 송파구 세 모녀는 직장가입자 가족이 없는 탓에 한 달에 5만140원에 달하는 지역건보료를 납부해야 했다.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짜리 지하 단칸방에 사는 형편에 부담하기 힘든 금액이었다.

반면 김종대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나는 월보수액이 1241만1130원인데도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전 직장인 복지부를 퇴직하면서 직장가입자인 부인의 피부양자로 자동 등록됐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에 접수된 민원 사례 중에는 이보다 더한 사례가 많다. 연 매출 380억 원에 달하는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 대표이사인 조모(62) 씨는 서울에 있는 53억 원짜리 빌딩을 자녀에게 증여했다. 3억 원짜리 아파트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조 씨는 대표이사로 받는 월보수를 10만 원으로 신고해 월 8380원에 불과한 건보료를 납부한다. 실제 보수를 축소해서 신고한 데다 자녀 건물에 위장 취업하는 수법으로 터무니없이 적은 건보료를 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일용근로자인 이모(42) 씨는 월수입이 30만∼60만 원에 불과하지만 막노동을 위해 구입한 중고자동차 때문에 월 14만8860원의 건보료를 납부한다. 이렇듯 불공평하고 황당한 사례가 수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작업이 중단 위기에 놓이면서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