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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는 고등학생이 제 발로 테러단체를 찾아갈 만큼 우리 사회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불안을 풀어주는 게 우리 사회의 몫입니다.”

오는 2월 교단을 떠나는 김문조(사회학·사진) 고려대 교수는 26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수십 년간 한국사회가 이룩한 압축성장처럼 우리 사회의 문제점도 압축적이고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면서 “이 같은 문제들이 제때 해결되지 않아 많은 사회불안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사회를 향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은 약자와 강자가 따로 없다”면서 “존중과 배려를 통해 이것을 풀어주는 게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1982년부터 33년 동안 강단을 지킨 김 교수는 한국이론사회학회와 한국사회학회 회장을 지내는 등 이론사회학과 문화사회학에 정통한 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지난 30여 년간 한국사회가 겪은 민주화와 산업화의 중심에서 정부와 사회를 향해 쓴소리를 서슴없이 해왔다.

김 교수는 “과거 ‘양극화’가 우리 사회의 갈등 요소 대부분을 차지했다면 지금은 ‘갑을논쟁’이 핵심”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최근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땅콩 회항’ 사건을 언급하며 “특권층에 대한 증오가 표출된 것으로 한국사회의 특징이 아주 잘 드러난 예”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잘잘못을 법리적으로 따지기보다 재벌의 딸이 망신당하고 망가지는 모습을 보려는 보상심리가 팽배해 빚어진 현상”이라며 “그동안 특권층에게 받은 굴욕을 이번 사건을 통해 해소해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는 ‘일촉즉발’ ‘분기탱천’으로 표현되는 증오와 분노가 대단히 많이 내재해 있다”면서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갈등관리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평등의식 확산과 미디어 발달로 이른바 ‘보통 사람’들도 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실제로는 빈부나 권력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며 “이 괴리가 갈등으로 촉발하지 않으려면 ‘당당한 가난뱅이’ ‘소신 있는 하급자’의 활약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세대 갈등 양상에 대해선 기성세대의 이해를 부탁했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는 성장 가도를 달리던 팽창기를 지나 이미 수축기에 접어들었다”며 “팽창기 신화가 계속될 거라 믿는 기성세대들은 취업난, 불황,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을 바로 보고 이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계속 연구에 매진할 것”이라면서 “학교를 떠나 학자로서 인생의 2막을 걷겠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