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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며 모든 것을 경험해볼 순 없다. 그래서 배우라는 직업이 참 부러울 때가 있다. 잠시나마 다른 이의 삶을 살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연예인들은 사회 경험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들은 배역을 통해 세상을 간접 경험하고 그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박신혜(사진)는 최근 종방된 SBS 드라마 ‘피노키오’에서 사회부 기자 최인하 역을 맡아 기자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얻었다. 이 때문에 작품을 마친 그는 “뉴스를 보는 게 재미있어졌다”고 말한다. 표면적으로만 보던 뉴스의 취재 이면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박신혜는 “원래 뉴스를 보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뉴스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눈이 간다”며 “그 기사를 보며 ‘저 기자는 이런 식으로 취재를 했겠구나’라고 생각해 보게 된다”며 빙그레 웃었다.

덧붙여서 “그렇다면 박신혜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왜 민감한 질문을 던지고 기사를 쓰는지 알 것 같은가?”라고 물었다. 주저없이 “물 먹으면 안 되니까”라고 답한 박신혜는 “취재 지시를 내린 선배에게 깨지니까 그런 것 아니겠는가”라며 의젓하게 답했다.

기자가 되기 위한 과정은 쉽지 않았다. SBS 아나운서국에 가서 발음 발성법을 배우고 1시간 가량 되는 리포팅을 녹음해 반복해 들었다. ‘피노키오’를 촬영하던 노원경찰서에서 실제 수습 기자들도 만나고 그들의 생활을 관찰하고 속내를 들었다. 박신혜는 “SBS의 신용철 앵커에게서 수업을 받았다. 기사의 헤드라인을 뽑는 방법과 기사 작성법도 공부했다”며 “개인적으로는 ‘마와리’(일본어 ‘사쓰마와리(察廻)’의 파생어로 사회부 수습기자가 경찰서 등을 돌며 취재하는 것)를 돈 것이 기억에 남는데 실제 두꺼운 패딩 점퍼에 운동화를 신은 수습 기자들을 볼 때마다 신기했다”고 말했다.

박신혜는 어린 나이에 비해 연기 스펙트럼이 넓고 출연작의 성공률이 높다. 김은숙, 박혜련, 홍정은-홍미란 자매 작가 등 내로라하는 드라마 작가들이 그에게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홍 자매 작가의 ‘미남이시네요’로는 일본 시장을 강타했고 지난해 방송된 김은숙 작가의 ‘상속자들’로는 중국 시장에서 각광받았다. 박신혜가 최지우를 잇는 대표 한류 여배우로 손꼽히는 이유다. “훌륭한 작가님들의 드라마에 출연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운을 뗀 박신혜는 “아마도 작품 속에서 내가 잘 뛰어놀기 때문인 것 같다. 주눅들지 않고 열심히 까불며 연기하는 모습을 예쁘게 봐주신 게 아닐까”라며 자신을 낮췄다.

박신혜는 스타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40대 전도연, 30대 손예진을 잇는 20대 여배우로 불린다. 영화 ‘7번방의 선물’로는 ‘1000만 배우’ 대열에 합류했고, ‘상의원’을 통해 사극 연기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박신혜는 “너무 과분한 평가”라며 “내 연기를 보고 있으면 항상 불안불안하다. 그래도 정말 좋은 제작진과 출연진을 만나 지금까지는 잘 걸어온 것 같다. 아직은 감히 내가 그런 평가를 받을 순 없지만 그에 걸맞은 여배우가 되기 위해 매 작품마다 조금씩 발전해가는 박신혜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