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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 KTX서대전역 정차 논란을 계기로 그동안 수면 밑에 잠복해 있던 호남선 철도 서대전∼논산 간 직선화 논의가 충청권에서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일제강점기 당시 건설된 현재의 구불구불한 S자 형태의 선형 불량 노선을 개량할 경우 호남고속철도 본선과 속도 경쟁력 격차를 크게 좁힐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대전시·충남도·한국철도시설공단 등에 따르면 대전과 호남권이 대립 중인 KTX 서대전역 정차 논란을 풀 해법의 하나로 서대전∼논산 간 50㎞ 호남선 개량 사업을 조기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충남도의 경우 지난해 국토교통부측에 호남고속철도 개통 이후 계룡역, 논산역 등 충남도내 기존 호남선 이용 주민들의 불편 해소를 위해 이 사업을 국가철도망확충계획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건의한 바 있다.

서대전∼논산 구간 호남선 철도는 일제강점기 당시 건설된 노선 형태 그대로 100년 넘게 선형 불량 구간이 방치되고 있다. 터널 시공이 적고 계곡을 따라 이리 저리 휘어지는 곡선 운행 구간이 많은 탓에 요즘 시속 230㎞까지 운행이 가능한 ITX급 새마을호조차 이 구간에서는 시속 80㎞밖에 속도를 내지 못할 정도라는 것이 코레일측의 설명이다.

철도업계에서는 수십년 전부터 이 구간의 선형 개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돼 왔으나 호남고속철 건설 논의에 묻혀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지역 정치권 역시 관심 밖 사안으로 치부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호남권에서 호남고속철 개통을 앞두고 KTX 서대전역 정차를 반대하는 이유로 45분의 추가 소요시간 등 ‘저속철’ 논란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시속 230㎞급 열차 운행이 가능한 노선 직선화가 장기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현재 추산되는 사업비는 8000억 원 정도지만 호남선을 지나는 최대 도시로 대전의 교통수요와 국방도시 계룡시의 안보적 중요성 등을 감안하면 경제성과 정치적 명분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대전 =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