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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40∼60% 안 되면 안전
최고 年 9% 수익률도 가능” 추천

원유DLS 현재 647개 1조3527억
10개중 7개는 원금손실 구간 진입
정유주 등 종목형ELS도 손실 속출

“파생상품 워낙 복잡해 이해 어려워
충분한 설명 없었다면 불완전판매”

지난 2013년 1월 모 증권사가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파생결합증권(DLS) 상품에 가입한 회사원 A(38) 씨는 최근 해당 증권사로부터 가입한 상품이 녹인(Knock-In·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상품 가입 당시 해당 증권사 영업 직원은 A 씨에게 연 9%에 달하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며 DLS 상품을 추천했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지만 “설마 국제유가가 반 토막이 나겠느냐”며 A 씨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그 설마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국제유가가 폭락하기 시작하면서 현실로 나타났다. A 씨는 아직 만기까지 시간이 남긴 했지만 더 손해를 보기 전에 상품을 환매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에 빠졌다.

국제유가 하락의 여파로 DLS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DLS와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 관련 민원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예금금리가 1%대까지 떨어지는 등 저금리 시대를 맞아 ‘중위험·중수익’이라는 평을 받으며 DLS와 ELS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상당수 투자자들은 관련 상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사실상 ‘불완전판매’ 형태로 거액의 자금을 투자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320건이던 ‘간접상품 분쟁조정신청’ 건수는 지난해에는 707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불과 3년 새 배 이상 폭증한 것이다. 이는 최근 국제유가 하락과 특정 종목의 주가 폭락으로 원유 DLS와 종목형 ELS에서 원금 손실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문화일보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지난 16일 기준 아직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공모형 원유 DLS는 총 647개, 발행금액은 총 1조352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산별로는 서부텍사스유(WT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 252개(3742억 원), 브렌트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가 309개(8574억 원), 두 개 원유를 동시에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가 86개(1210억 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DLS는 원유를 비롯해 금, 은, 통화, 곡물 등 기초자산 가격이 만기(보통 3년) 때까지 최초 기준가격의 40∼60% 아래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약정된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문제는 현재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상품 가운데 상당수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일 때 발행됐는데 현재 유가는 절반 수준으로 반 토막 났다는 점이다. 실제로 16일 종가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는 배럴당 48.69달러, 브렌트유는 50.17달러로 마감했다.

원유 가격이 반 토막이 나면서 녹인 구간에 진입한 원유 DLS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 16일 기준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공모형 원유 DLS 647개 중 457개(70.63%)가 녹인 구간에 들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10개 중 7개가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종목형 ELS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10월과 11월에는 종목형 ELS의 원금 손실 우려가 불거지면서 투자자들의 공포가 커지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 등 정유주와 일부 화학주의 주가 급락에 이어 현대차 ELS마저 일부가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하는 등 투자자들의 피해가 늘어났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종목형 ELS 기피현상이 강화돼 발행 비중이 한때 0%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DLS와 ELS 등과 같은 파생상품의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배경은 기본적으로 해당 상품들이 고위험군에 속함에도 불구, 업계에서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투자를 독려해 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파생상품의 경우 워낙 상품 구조가 복잡해 일반 영업 사원들도 해당 상품이 안고 있는 위험 수준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DLS와 ELS 등은 기본적으로 잘 만들어진 상품”이라면서도 “해당 상품이 안고 있는 리스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투자자들이 은행 적금처럼 안전한 상품으로 판단, 투자를 하고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파생상품의 경우 워낙 구조가 복잡해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면 해당 상품이 안고 있는 리스크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며 “최근 은행이나 증권사 등에서 DLS와 ELS 등의 상품을 활발하게 판매하고 있지만 영업 사원조차 상당수는 해당 상품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불완전판매일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불완전판매로 의심되는 피해가 빈발하고 있지만 불완전판매 유무를 금융감독당국에서조차 정확히 판단할 수 없어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거래소 관계자는 “결국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이 DLS나 ELS와 같은 파생상품이 안전하게 목돈을 맡길 수 있는 상품이 아닌 리스크가 있는 ‘투자’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