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010년 실종된 김일형(당시 만 9세·자폐성장애 1급) 군이 자기 사진을 넣어 직접 만든 달력을 지난 15일 아버지 김홍귀(45) 씨가 충남 서산시 부석면 자택에서 보여주며 실종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1년여 전인 2014년 2월 10일 경남 창원에서 장애아동 정모(당시 만 9세) 군이 실종됐다. 자폐성장애 2급인 정 군은 평소 다니던 특수학교에서 갑자기 밖으로 뛰어 나간 뒤 사라졌고, 경찰과 실종아동전문기관은 대규모 수색작업을 펼쳤다. 그러나 보름 만인 2월 24일 물에 잠긴 폐건물 지하 3층에서 정 군은 익사체로 발견된다. 학교와 직선거리로 1㎞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발간한 ‘2013 장애아동 및 가족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정 군과 같이 정신적 장애를 앓는 18세 미만 아동이 국내 5만3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4시간 보호자의 보살핌이 필요한 이들은 실종의 위험 속에 살고 있으며, 장애아동의 가족들 또한 늘 실종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

◇“돌아오지 않는 일형이”= 5년 전 자폐성장애 1급인 아들 김일형(당시 만 9세) 군을 잃어버린 김홍귀(45) 씨는 오늘도 차디찬 냉방에서 보일러도 틀지 못한 채 가슴을 치며 하루를 보낸다. 김 씨가 일형이를 잃어버린 것은 2010년 9월 4일 오후 1시쯤, 김 씨가 벼농사를 짓고 있는 충남 서산시 부석면 A·B지구에서였다. 김 씨는 그해 9월 2일 한국을 강타한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창고와 축사 지붕이 내려앉아 시름에 잠기던 중, 피해 복구를 위해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창고를 찾았다. 함께 점심을 먹고 지붕 수리 작업을 하는 사이, 평소처럼 일형이가 자전거를 타고 나갔고 그 후 일형이는 해가 지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김 씨는 “태풍 피해 때문에 속이 상해서 아이를 혼자 놀게 한 것이 화근”이라며 “평소에도 일을 하는 사이 일형이가 자전거를 타고 놀던 곳인 데다, 사방이 평평한 논밭이라 아이가 사라질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홀로 아이를 찾아다니던 김 씨는 오후 8시 30분쯤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시내에 있는 (김 씨의) 집까지 걸어갔을 수 있으니 집에 가보라’는 말만 할 뿐 이렇다 할 수색작업을 하지 않았다. 김 씨는 “쌀 창고에서 시내 집까지는 차로도 30분 거리인데 아이가 거길 어떻게 걸어가겠느냐”며 “주말이라 그랬던 건지, 아니면 일형이가 가출을 했을 거라 생각한 건지, 경찰은 실종 당일인 토요일, 일요일 이틀 동안은 전혀 수색을 하지 않다가 사흘째 되는 월요일부터 수색작업을 했다”고 토로했다. 결국 김 씨는 동네 주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일형이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목격자 3∼4명으로부터 일형이가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고 있는 것을 봤고, 어둑어둑해질 때쯤에는 자전거 없이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었다는 말을 들은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1주일 뒤 일형이가 타고 나간 자전거만이 논두렁에서 진흙이 잔뜩 묻은 채 발견됐다.

◇“더 큰 죄책감, 더 큰 고통”= 김 씨는 이후 일형이를 찾는 과정에서 더 큰 상처를 받았다. “잃어버린 일형이에게 장애가 있다고 하니까 경찰은 날 의심하더군요. 동네를 수색하기보다는 꼬챙이 같은 것을 가지고 와서는 창고와 축사 근처 두렁을 여기저기 쑤셔 보더라고요. 자폐아 키우기 힘들어서 제가 어떻게 하고는 신고한 것 아니냐는 뜻 아니겠어요.” 그는 아직도 원통함이 남았는지 흐느껴 울었다.

김 씨는 이후 자신 때문에 일형이를 잃어버렸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다 가족과 건강, 일 등 모든 것을 잃었다. 김 씨는 “일형이가 통제할 수 없게 뛰어다니고 사고를 칠 때면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던 적도 있다”며 “하지만 진짜 일형이가 사라지고 나니 내가 그런 생각을 해서 아이가 사라진 것 같은 죄책감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요즘은 일형이가 몹쓸 장애를 얻게 된 것도 못난 농사꾼 아버지를 만나 그런 것 같은 생각에 살아 숨 쉬는 게 죄인이 된 기분”이라고 자책했다.

김 씨의 소원은 오직 일형이를 찾는 것이다. 그는 일형이가 누군가를 따라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평소에 물을 무서워해서 자전거를 논두렁으로 떨어뜨렸어도 (일형이가) 이를 건질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자전거를 잃어버린 뒤 혼자 걸어가다 누군가를 따라갔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일형이만 찾으면 떠나려던 창고에서 벌써 5년째 살고 있다”며 “최근에는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들면서 제보도 끊겨 가슴이 답답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산=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