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1932∼2006)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백남준의 작품 9점을 처음 사들인 후 전시회를 열었다. 미국에서는 2013년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전시회에 이어 뉴욕에서 개인전이 진행됐다.

최근 백남준의 법적 대리인인 장조카 켄 백 하쿠다(65)는 미국의 대표 명문 화랑으로 꼽히는 뉴욕 가고시안 갤러리와 전시·출판 계약을 맺었다. 이미 작고한 작가가 세계적 메이저 화랑과 작품 전속계약을 맺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런 세계적 추세를 반영하듯 국내에서도 2015년 벽두부터 백남준을 재조명하는 전시회가 잇달아 열린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는 21일부터 3월 15일까지 백남준 개인전 ‘W3’를 진행한다. 지난해 중국 항저우(杭州)와 학고재상하이에서 전시된 백남준의 작품 12점이 소개된다. ‘W3’, ‘샬롯’, ‘톨스토이’, ‘테크노보이Ⅱ’, ‘노스텔지어는 피드백의 제곱’ 등이다. 이중 표제작 ‘W3’는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을 뜻하는 것으로, 64대의 모니터가 W와 ‘거꾸로 뒤집은 W’가 겹친 형상을 하고 있다. 모니터에서 발현된 영상은 일 초 간격으로 옆 모니터로 전달되면서 물 흐르듯 미끄러져 나간다. 현대사회의 역동적인 소통문화를 암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9일에는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백남준 추모 9주기’ 행사를 연다. 백남준전 ‘TV는 TV다’와 기획전 ‘2015 랜덤 액세스’가 동시에 개막된다. 백남준의 작품과 함께 데이비드 앳우드, 박승원 등 국내외 작가의 작품을 전시해 동시대 예술과 호흡하는 백남준의 예술 정신을 되돌아볼 계획이다.

백남준의 영향을 받은 작가들의 전시도 펼쳐진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27일부터 백남준을 잇는 국내 1세대 비디오 아티스트 백현기(1942∼2000) 회고전을 연다. 백남준의 제자이자 미국 비디오 아트의 거장 빌 비올라(64)의 개인전은 3월 서울 삼청로 국제갤러리에서 진행된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