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홍 이사장은 자기 삶을 돌아보다 영화 ‘국제시장’ 이야기를 꺼냈다. 누군가 주인공 덕수가 아버지 사진을 보며 “저 잘 살았죠, 그래도 정말 힘들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너무나 신파조라고 평했지만 자신에게도 그런 게 남아있다고 말했다.

“6·25전쟁 때 (법관이던) 아버지가 (인민군에 납치돼) 끌려가셨는데 시신도 못 찾았어요. 내세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하지만 죽은 다음에 아버지를 꼭 뵙고 싶어요. ‘나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이 말을 꼭 하고 싶어요. 그래서 아버지한테 칭찬 한마디만 들었으면 좋겠어요.”

부친의 납치로 가세는 급격히 기울었고, 당시 이화여전(이화여대 전신)을 나온 어머니는 친정 도움도 마다한 채 홀로 삶을 꾸렸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종교기관과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집안 사정 탓이다. 그는 “돌아보면 꿈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만족하는 것이 지금 내 삶의 전부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신앙이 아닌 종교학에 눈을 뜬 계기는 군 제대 후 대학원 조교 시절로 알려졌다. ‘성경교사’로 일하면서 그는 아이들에게 성경을 갖고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됐다. ‘은혜를 입다’ ‘구원’ ‘하느님’ 같은 종교 언어가 신념을 표출하는 언어라서 우리 말인데도 학생들이 잘 알아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답답함은 세계적 종교학자 미르치아 엘리아데의 책을 읽고 해소됐다. 엘리아데는 종교를 예수와 부처를 통해 이야기하지 않고, 태양과 물, 기억과 상징으로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그 뒤 유학을 떠난 그는 시카고대에서 엘리아데 교수를 만나 사사하게 된다.

귀국 후엔 종교를 신앙이 아닌 문화적 현상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며 신학이 아닌 문화적 차원의 담론 대상으로 이끌어낸다. 그는 개별 종교의 자기배타성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는 자신의 종교만 옳다고 주장하는 모든 종교는 다문화 속 ‘소외된 공동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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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충남 공주 출생 △1960년 서울대 종교학과 △1982∼2003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한림대, 이화여대 석좌교수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 울산대 철학과 석좌교수, 종교문화연구소 이사장 △주요 저서 ‘종교학 서설’ ‘종교문화의 이해’ ‘종교문화의 인식과 해석’ ‘고전 끝나지 않는 울림’ ‘책임적 자아’ ‘정직한 인식과 열린 상상력’ ‘엘리아데 종교와 신화’ ‘경험과 기억’ ‘열림과 닫힘’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