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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T 자료를 이용하지 않아서 수업이 굉장히 프레시했다.’

정진홍 이사장이 이화여대 석좌교수 시절, 한 학생에게 받은 기억에 남는 강의평가다. 서울대에서 정년퇴직 후 한림대에서 4년 반, 이화여대에서 3년, 현재 울산대에서 4년째 석좌교수로 학생들을 만나고 있는 그는 “직접 표정을 보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PPT를 쓰지 않았지만, 젊은 친구들에게는 사실 진부한 설명일 수 있는데 그게 프레시했다고 한다”며 웃었다.

그는 항상 젊은이들에게서 새로운 것을 배운다며 오히려 어른들이 젊은이들을 이해하는 데 게으르다고 했다. 젊은이들의 시선에서 세상을 보려 한다는 그는 예를 들어 “너희는 언제 행복하냐”는 질문도, 아이들에게 보다 절실하게 다가가기 위해 “너희는 언제 재미있냐”고 바꿔 묻는다고 한다.

그는 수업 중에도 가능한 학생들과 얘기를 많이 하려 한다. 요즈음 울산대에서 맡고 있는 교양과목 ‘종교문화의 이해’의 경우 75명이 수강하는데 이들 모두 한 학기 동안 한 번씩은 나와서 얘기를 하게 한다. “1분이어도 좋고, 2분이어도 좋아요. 그 경험이 아주 중요해요. 그런데 아이들이 나와서 이야기하려면 굉장히 떨린다고 해요. 하지만 3분만 참으면 누군가 나와서 얘기를 해요. 조금만 기다리면 아이들 얘기를 들을 수 있어요.”

그는 중간고사 시험지를 그 자리에서 학생들에게 무작위로 나눠주고 친구 답지를 평가하게 하기도 한다. 이 경험을 통해 학생들로 하여금 답안지가 어떻게 평가되는지, 친구들은 어떤 수준에서 얘기하는지 알게 된다고 한다. 또 한 학기에 한 번은 학생들에게 4000원짜리 정도 점심을 싸오게 해 이를 다시 나눠주기도 한다.

“아이들은 남을 위해서 점심을 싸본 기억이 거의 없어요. 집에서 정성스럽게 싼 도시락, 성의 없는 샌드위치, 귤·껌·편지까지 넣은 도시락. 도시락의 다양성은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의 다양성입니다. 그걸 경험하는 것이죠. 학교 강의는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능성이 있는 젊은이들을 기존 규범에 맞춰서 끌고 나가려는 것이 문제라는 그는 우리 사회가 인스트럭터(Instructer)가 아닌 인에이블러(Enabler)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선생도 이래라저래라 끌고 가려는 인스트럭터가 아니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인에이블러가 돼야 합니다. 인스트럭터는 내 삶을 다 갉아먹는 사람입니다. 인에이블러는 나로 하여금 인에이블하게 해주는 사람, 나로 하여금 내 삶을 살게 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