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015년의 시작과 함께 중국 안팎에서는 ‘신창타이(新常態)’가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당초 저성장 시대를 뜻하던 노멀(New normal)을 중고속성장 시대라는 뜻으로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사용한 이후 경제뿐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등 각 영역에서 쓰이고 있다. ‘신창타이’는 단순한 경제 현상에 머무르지 않고 시 주석 체제 중국의 새로운 질서라는 뜻을 포함하며 새로운‘차이니스 스탠더드’를 의미하는 2015년 중국의 시대정신으로 자리매김할 기세다. 시 주석이 신창타이 시대 진입과 함께 전면적인 개혁의 심화를 지속하겠다고 밝히면서 중국 안팎의 언론들은 2015년은 신창타이 시대에 본격 진입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면서 관련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대만의 원트차이나타임스는 “중국이 ‘뉴노멀’을 2015년의 어젠다로 삼았다”고 보도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5년은 중국의 뉴노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해”라고 6일 분석했다. 2015년 중국의 뉴노멀은 정치·경제·사회 분야 시스템의 개혁이 멈추지 않고 그 자체가 새로운 ‘상태’가 됐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신창타이 돌입한 중국 경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015년 새로운 어젠다인 ‘신창타이’를 두고 특히 논란이 가장 뜨거운 분야는 경제다. 원래 중국의 낮아진 경제성장률이 지속되는 상황을 일컫는 말로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안팎의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 목표가 지난해의 7.5%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7% 미만으로 책정할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WSJ는 뉴노멀 시대를 선언한 중국이 민생 개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 유지, 글로벌 역할 강화 등을 목표로 설정하고 경제 체질을 정부 지출보다는 내수의 비중을 높이고 저부가가치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창의와 혁신을 통한 경제 성장으로 경제구조를 바꾸려 하지만 이를 달성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뜩이나 둔화된 경제 성장이 개혁 조치로 인해 더욱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수요가 약화되는 상황에서 국내총생산(GDP)의 25% 정도를 차지하는 부동산 부문의 침체도 중국 경제에 큰 부담이다. 이런 가운데 고성장 시절의 부산물인 과잉생산, 부채 급증, 환경오염 악화 등의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WSJ는 “지난해 시 주석은 야심찬 경제개혁 어젠다를 내놨지만 아직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올해 집권 3년 차를 맞는 시 주석은 차세대 지도부 자리를 놓고 경합이 시작되기에 앞서 올해 구조개혁과 관련한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구조개혁이 신속하고 투명하게, 그리고 국제 기준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는 게 좋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신화(新華)통신 등 관영매체들은 “신창타이 시대를 맞아 개혁을 통해 시대를 이겨 나갈 것”이라고 고무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내부 전문가들도 각종 난제를 제기하고 있다. 상하이정취안바오(上海證卷報)는 7일 관영 싱크탱크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해 “경제 신창타이에는 지나치게 높은 투자 의존도와 부채 비율, 창조와 혁신 동력 부족, 심각한 빈부격차, 산업 고도화의 어려움 등 12가지 난제가 있다”면서 이 중 부채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전했다.

◇반부패는 ‘정치 뉴노멀’, 새로운 상태

최근 경제 외적인 부분에서 신창타이가 가장 많이 등장하는 분야는 반부패 분야다. 반부패 드라이브를 이끌고 있는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7일 2014년 반부패 ‘성적표’를 공개하면서 “중국의 반부패는 신창타이에 접어들었다”고 선언했다. 베이징(北京)대 롄정(廉政)건설연구센터 좡더수이(庄德水) 부주임은 이날 환추스바오(環球時報)와의 인터뷰에서 “반부패 성과는 중국의 전면적인 개혁 심화라는 커다란 배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서 “이미 기존 기득권을 타파하는 신창타이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평론 기사를 통해 “지난해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낙마할 때까지만 해도 ‘이제 저 큰 호랑이를 잡았으니 언제 끝날까’라는 추측이 나왔으나 곧이어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부장이 낙마하면서 이제 반부패에 대한 관심 포인트는 ‘언제 끝날지’가 아닌 ‘다음은 누구인지’로 확실히 이동했다”면서 “그야말로 반부패의 뉴노멀 시대”라고 분석했다. 최고인민검찰원의 당조직부서기 추쉐창(邱學强) 부검찰장은 앞서 지난해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 쉐시스바오(學習時報) 기고문을 통해 “누군가는 반부패 정책이 정치적인 동기에서 나온 것으로 포퓰리즘적인 정책이기 때문에 대중의 한풀이를 적당히 만족시키고 소기의 정치적 목적이 달성되면 다시 과거로 회귀할 것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오해”라면서 “반부패투쟁은 부패로 인해 당이 위태로워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자체 정화”라며 반부패 정책이 후퇴하거나 약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혁은 신창타이를 맞이하는 무기이자 신창타이 자체

시 주석이 신년사에서 밝힌 의법치국(依法治國·법에 의한 통치)과 개혁 심화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올해 계속 강조함으로써 개혁 자체가 신창타이가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 경제 분야 잡지 차이신(財新)의 후수리(胡舒立) 편집장은 최근 SCMP 기고문을 통해 “뉴노멀 시대가 본격 시작됐다”면서 “신창타이를 맞는 중국의 유일한 선택은 개혁이며 이 개혁이 신창타이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법치국 외에도 환경오염 대응 등 개별 정책에 대한 정책도 신창타이가 돼가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2014년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당시 강제 휴가 조치로 대기가 며칠 동안 깨끗해진 ‘에이펙 블루’ 현상이 나타난 점을 계기로 대기오염 방지 대책에 대한 연구와 정책 발표가 상시적인 상태, 즉 신창타이가 됐다고 보도했다.

베이징=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시진핑 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