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수도권 쓰레기매립지 사용 연장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직원들이 6일 수도권 매립지 제2 매립장에서 생활쓰레기 매립 작업을 하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

인천 “약속대로 내년 말 종료”
서울·경기 “2044년까지 연장”
매립장 기한 5년째 ‘줄다리기’
환경부 주재 4자 협의체 구성

수도권 쓰레기매립지 사용 연장 여부를 둘러싼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등 3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인천시는 당초 약속대로 2016년 12월 매립을 끝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와 경기도는 쓰레기 총 매립용량이 아직 남은 만큼 포화 예상 기한인 2044년까지 기한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상 매립지 조성에 3∼4년의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사용 연장이 무산되면 3개 시·도가 나선다고 해도 대응할 시간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이 윤성규 환경부 장관 주재로 지난해 12월 16일 서울 모처에서 긴급 ‘4자 협의체’ 회의를 갖고 수도권 매립지 갈등 조정에 나선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다.

4자 협의체 회의에 대해선 교착상태에 있는 수도권 매립지 사용 연장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인천 시민들은 수도권 쓰레기매립지 사용 연장 절대 불가를 주장하고 있어 최종 합의까지는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사실 매립지 갈등은 다른 지자체에선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대부분 자신의 지역 안에 매립지를 두고 쓰레기 매립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충북 청주시의 경우 새롭게 매립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이를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걸고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는 상태다.

◇수도권 매립지 갈등 왜 = 인천 서구 백석동 등에 위치한 수도권 매립지는 단일 매립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2070만㎡)다. 여의도 면적의 4.6배이며 축구장 2800여 개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다. 수도권 매립지는 연구단지, 경인아라뱃길 등을 제외한 순수 매립장(매립장 예정지역 포함)은 1540만㎡다.

현재의 갈등은 1980년대 후반 수도권매립지가 생겨날 당시부터 내재해 있었다. 서울 난지도 매립지의 포화가 임박해지자 전두환 정부는 1987년 동아건설이 간척한 해안 매립지를 빼앗다시피 해 서울시 등에 제공했다. 당시 매입 대금 523억 원의 71.3%는 서울시가, 나머지 28.7%는 환경부가 부담했다. 이후 1992년 매립이 시작되면서 서울시 등 수도권 3개 시·도가 구성한 운영관리조합이 매립지 운영을 맡았다. 하지만 부실공사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환경부 산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2000년 출범해 수도권 매립지를 운영해 오고 있다.

1992년부터 2000년까지 6400만t을 매립한 제1 매립장은 2012년 36홀 대중 골프장으로 재탄생했다. 현재 제2 매립장에서 매립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2000년 제1 매립장의 매립이 완료된 뒤 인천시는 제2 매립장 사용 허가를 내주면서 2016년 매립 종료를 요구했었고 서울시 등은 이를 받아들였다. 당시 쓰레기 반입량 등을 고려할 때 2016년이면 예상 총 매립용량(2억2800만t)이 꽉 찰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쓰레기 종량제와 분리수거, 음식물쓰레기 반입 금지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쓰레기 반입량이 크게 줄었고 매립 가능 기간도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제2 매립장은 당초 약속대로 하면 2016년 매립이 종료된다. 더욱이 제3·4 매립장(8600만t)은 인천시 반대로 조성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권 매립지 해결 방안은 = 수도권 매립지를 둘러싼 인천시와 서울시·경기도 간 갈등이 수면위로 불거진 것은 지난 2011년이다. 수해 지역 쓰레기에서 발생한 악취로 청라지구 주민들이 불편을 겪으면서 여론이 악화됐다.

같은 해 매립지 일부가 경인아라뱃길 부지로 편입되면서 서울시가 1025억 원의 매각대금을 받은 것도 문제가 됐다. 인천시는 이 돈이 매립지 주변에 투자되길 바랐지만 서울시가 전부 가져가면서 매립 종료를 주장하는 인천 시민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결국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매각대금을 매립지 수송도로 등 환경 개선에 투자하겠다고 양보했다. 또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 사업에 매립지 적립금 1645억 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천시는 수도권 매립지 주변 주민들이 20년간 환경 악화와 개발 제한에 따른 재산상 피해를 봤다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유 시장이 지난해 12월 3일 “2016년 매립 종료라는 기존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러한 지역 정서를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유 시장은 △수도권 매립지 지분권의 인천시 일괄 이양 △수도권 매립지 주변 지역에 대한 지원정책 추진 등 수도권 매립지 관련 선제적 조치를 제시하면서 수도권 매립지 사용 연장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박 시장, 남 지사 등도 유 시장의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그 결과물이 4자 협의체 회의다.

현재 환경부와 수도권 3개 시·도 실무진은 수도권 매립지 선제적 조치 해결 방안을 짜고 있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실무진에게 위임된 사항은 인천시가 제안한 선제적 조치 구체화 방안뿐”이라며 “지자체 단체장 간 수도권 매립지 사용 연장 논의는 선제적 조치 구체화 방안이 나온 뒤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속도감 있게 일을 추진하되 인천 시민들의 심기를 고려,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하겠다는 의미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