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대책 세워라" 부산지역 5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가 23일 부산시청 앞에서 해커의 원전 공격에 대해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부산시민대책위 제공

“해커는 원전시설을 파괴한다고 날뛰는데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도대체 뭐하고 있습니까. 원전 주변 주민들은 피신을 해야 하나요?”

원전반대그룹의 해커가 원전을 파괴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24일 오전 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전 앞. 이곳에는 각종 원전비리로 원전 안전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며 이주대책 요구를 하고 있는 양남면 나아리 주민 1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월성 원전 2호기 폭파 협박시한을 하루 앞두고 있지만 정부나 한수원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는 답답한 현실에 분노가 치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주민위원회 김정섭(69) 회장은 “정부와 한수원은 늘 원전 안전을 홍보만 할 뿐 이번에도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며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에 휴대전화 문자로 피신할 것을 권유하거나 며칠 동안 집을 비우려는 사람도 많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 김승환(65) 씨는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면서 동네는 갈수록 쇠락해져 인적마저 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둘러본 고리원전 주변인 부산 기장군 장안읍, 울산 울주군 서생면 등의 주민들도 잦은 사고와 무대책에 매우 격양돼 있었다. 장안읍 좌천시장에서 만난 박정인(46) 씨는 “짝퉁 부품 비리에, 잦은 고장에다 이번에는 해커 공격으로 다 뚫리고, 참 가지가지 하고 있어 기가 찬다”며 “정부와 한수원의 무능이 극에 달해 주민들이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분개했다.

조창국(50) 장안읍 주민자치위원장은 “지금까지 무대책, 무대응 사례를 볼 때 해커의 공격에 피해가 없으려면 이들 요구대로 고리 1, 3호기의 가동을 중단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추운 날씨에 불을 쬐며 팔 물건을 정리하던 좌천시장 주민들은 “원전이 들어서고 40년가량 ‘터지면 어쩌나’ 하고 노심초사하는 세월을 보냈는데 해커 공격으로 또 긴장이 된다”며 “이주대책을 세워 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오규석 기장군수는 직접 나와 불안한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고리원전과 1㎞ 남짓 거리에 살고 있다는 서생면 연산리 신동대(67) 이장은 “해커로부터 고리 1, 3호기 사이버테러 이야기가 계속 나오자 부산에 살고 있는 가족이 성탄절 이후에는 아예 부산으로 이사를 오라고 한다”며 “대부분의 주민들은 현재 사이버테러로 인한 불안감 속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른 채 걱정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정부가 하루빨리 해커를 잡든지, 안전대책을 마련해서 주민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김기현·울산=곽시열·경주=박천학 기자 ant735@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24일 오전 월성원전본부 입구에 ‘PC 반입·반출금지’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 박천학 기자 kobb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