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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이자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충무로 20대 배우의 자존심으로 떠오른 배우 김우빈(사진)이 당찬 포부를 밝혔다. 영화 ‘기술자들’(감독 김홍선·제작 트리니티엔터테인먼트)의 개봉을 앞둔 김우빈을 만난 건 올겨울 들어 가장 추웠던 지난 1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 모델 출신답게 187㎝의 훤칠한 키가 돋보이는 김우빈은 허리를 깊이 숙여 취재진을 맞았다. 주연을 맡은 영화의 시사회를 챙겨 보고 자신을 만나기 위해 온 이들에 대한 예의였다.

김우빈은 1년 사이 위상이 가장 크게 달라진 배우로 손꼽힌다. 지난해 드라마 ‘상속자들’을 통해 한류 스타로 급부상했고 곽경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친구2’의 주인공을 무리 없이 소화하며 충무로를 이끌 차세대 주역으로 주목받았다.

짧은 연기 경력과 20대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묵직한 대사 톤과 안정된 연기력을 가진 김우빈이 동료 출연진과 제작진에게 칭찬받는 또 한 가지가 있다. 다름 아닌 인성. “좋은 배우가 되려면 먼저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김우빈의 말에서는 진심이 느껴졌다.

“지금은 모든 것이 모자라지만 많은 격려를 받으며 운 좋게 연기를 계속해 가고 있다. 긴 시간이 지난 후 누군가 나를 평가할 때 좋은 배우이자 좋은 사람이라 기억하면 좋겠다. ‘기술자들’을 함께 찍으며 김영철, 고창석 선배님이 그런 분이라 생각했다.”

김우빈은 ‘기술자들’에서 지능적인 금고털이 기술자 지혁 역을 맡았다. 그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그의 외모만큼 돋보였다. 시사회가 끝난 후 ‘김우빈의, 김우빈을 위한 영화’라는 평이 이어진 이유다. 20대 배우가 2시간 분량의 영화를 이끌어갈 만한 내공을 보였다는 것은 괄목할 만하다.

“지혁의 감정선을 따라 진행되는 영화이기 때문에 분량이 많았고 그만큼 부담도 컸다. 워낙 좋은 선배 배우들과 함께 작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좁은 시선으로 내 연기에만 신경 쓰는 잘못을 범하지 않기 위해 항상 극 전체를 보려 노력했다.”

김우빈은 모델 출신 전성시대를 연 대표주자다. 그 외에도 이종석, 안재현, 김영광 등이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주연급 배우로 맹활약 중이다. 모델이 아닌 배우로서 연기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가는 김우빈에게 큰 힘이 돼준 이는 역시 모델 출신 배우인 차승원이었다.

“2년 전쯤 패션쇼에서 만난 차승원 선배님이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며 여러 가지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웃으며) 때마침 같은 미용실에 다니기 때문에 자주 뵙고 조언을 얻는다. 선배님이 길을 잘 닦아주셔서 저와 같은 모델 출신 배우들이 편한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 선배님처럼 모델로서 내 역할을 지켜가면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선배가 되고 싶다.”

김우빈은 연말연시 쟁쟁한 배우들과도 어깨를 견준다. ‘국제시장’의 황정민과 ‘상의원’의 고수가 각각 40대와 30대를 대표하는 배우라면 ‘기술자들’의 김우빈은 20대의 얼굴이다. 게다가 ‘국제시장’의 장영남과 ‘상의원’의 박신혜는 김우빈이 전작에서 호흡을 맞췄던 동료 배우들이다. 흥행을 예상해 달라는 주문에 김우빈은 “그건 신의 영역”이라며 “함께 잘됐으면 좋겠다. 내가 출연한 영화가 훌륭한 영화들과 함께 개봉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며 자신을 낮췄다.

“지난해 ‘상속자들’ 출연 이후 많이 바빠진 만큼 책임감도 더 생기더라.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어졌다. 작품을 고를 때는 일단 ‘내가 재미있어야’하고,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방향이 내 생각과 일치하는지를 생각한다.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작품을 만난다는 건 엄청난 행운일 거다. 그리고 소속사 식구들과 상의해 최종적으로 출연작을 선택한다. 개인적으로는 대중에게 따뜻함을 주고 공감을 살 수 있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