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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길재 통일장관 訪美서
남북관계개선 논의 뒤 나온
美 동아태차관보 발언 주목

北 진정성 있게 대화나서면
‘후속조치’하겠다는 신호

한·미 양국이 교착 상태를 거듭해온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창조적 해법’을 도출하는 데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17일 대니얼 러셀(사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밝힌 대북정책의 몇 가지 원칙은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한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방안을 집중 논의한 뒤 나온 발언이어서 화답 성격도 있다. 한·미가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의 의무 준수를 촉구하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예전보다 대화 재개 의지에 보다 무게가 실린 적극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러셀 차관보가 2015년을 분단 70년이 되는 해라고 명시하면서 “북·미 대화를 주저한 적이 없다”고 강조한 대목도 평양을 향해 진정성을 갖고 대화에 나오면 생산적인 후속 논의가 가능하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가 그동안 압박 차원에서 북한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 주력했지만 이제는 한·미·중 3국의 다자협력이든 남북관계든 다양한 방법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성에 미국도 호응하는 측면도 있다. 러셀 차관보는 창조적 해법과 관련, “한·미·중이 긴밀히 협력하면 (한반도 변화에서) 창조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러셀 차관보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성공한 창조성을 칭찬하면서 이를 한반도 해법에 활용할 방법으로 비유했다. 중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3국이 공통점이 있는 만큼 협력하고 대화 기회를 모색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러셀 차관보는 그러나 대화를 위한 대화는 없다는 원칙에서는 물러서지 않았다.북한이 주장하는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9·19공동성명이 대화의 기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또 러셀 차관보는 “북·미 협상이 비핵화 해결을 위한 통로가 아니다”, “대북 대화(talk)와 협상(negotiation)은 구별돼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은 다양한 함의를 갖는다. 북한이 미국과 자유롭게 대화 테이블에 앉을 수 있지만 합의가 전제되는 북핵 협상은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쉽게 응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한국 정부를 의식한 듯 북한의 ‘통미봉남’에 이용될 가능성을 일축하는 한편, 무분별한 남북관계의 가속화는 상황을 보다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함축돼 있다. 그동안 한.미 양국 모두 ‘단독 플레이’를 하지 않아왔다는 신의를 상기시키려는 의도도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러셀 차관보의 모호한 화법과 관련, “2005년 북한이 약속했던 9·19공동성명이 북핵 협상의 시작이 돼야하고 그 통로는 6자회담이 돼야 하며 북한의 진정성이 있는 조치가 없이 대화 테이블에 앉는다면 북한은 핵 보유국 지위를 내세워 군축회담을 하자고 할 게 뻔하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