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절감 효과 장기적 이득
국내가구 年이익 2조원 추정

국제유가 하락이 단기적으로는 국내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지만 6개월 뒤에는 오히려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와 우리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20% 하락할 경우 1분기 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동기 대비 0.2%포인트 감소하지만 2분기(6개월) 뒤부터는 오히려 상승하기 시작해 결국 연간 GDP 성장률은 0.13%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가가 하락하면 한국 전체 수출의 10%를 차지하는 정유제품의 마진이 떨어지는 등 단기적 피해가 발생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비용절감 등의 효과가 발생해 실보다 득이 더 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실제 두바이유 가격은 국내 생산자물가에 3∼4개월의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는데 유가가 25% 하락할 경우 원유 수출국의 당해 연도 GDP는 0.02% 하락하는 반면, 수입국은 0.08%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GDP 대비 원유 수입 비중이 5%가 넘는 국가들은 GDP 성장률이 0.37%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IMF 분석을 바탕으로 할 경우 지난 10월 말부터 최근까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24%가량 하락했다는 점에서 유가 하락은 앞으로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원유 도입단가가 20% 하락할 경우 경상수지 흑자 폭은 169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유가가 하락하면 정유제품 수지가 23억 달러가량 악화되지만 원유 수입 금액이 192억 달러 축소돼 오히려 전체 흑자 폭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으로 얻을 수 있는 국내 가구의 연간 이익은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유소 휘발유 가격 변동 폭이 국제 원유 도입 단가 변동 폭의 4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내년 연평균 휘발유 가격은 8% 정도 하락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유가 하락으로 국내 가구가 얻는 직접적인 이익은 월평균 1만1200원 정도로 분석됐으며 전체 가구를 기준으로 봤을 때는 2조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안기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국제유가 하락은 국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긍정적인 효과들이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