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6월 대문디자인플라자(DDP) 어울림광장에 마련된 메모리인서울 부스에서 기억수집가(오른쪽)가 시민의 이야기를 채록하고 있다. 10주간 구술채록의 기초, 인터뷰법 등의 교육을 받은 기억수집가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서울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을 한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서울 곳곳을 다니며 시민들의 기억을 수집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기억수집가’라고 한다.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조선희)은 지난해 1월 기억으로서의 ‘역사’를 목소리로 기록하고, 문화 콘텐츠로 재창출해 서울에 새로운 문화·예술적 가치를 부여하는 ‘메모리인(人)서울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해 2월 1기 기억수집가 모집에 총 60명이 지원해 25명이 선발됐다. 이 중 13명은 올해도 계속 활동하고 있으며 여기에 지난 2월 모집한 2기 24명(50명 지원)을 더해 현재 총 37명의 기억수집가가 활동하고 있다. 기억수집가로 선발되면 10주간의 교육을 이수한 후 현장에 투입된다. 교육과정은 미시사의 이해, 구술채록의 기초, 인터뷰법, 서울의 근현대사 등으로 각계 전문가들이 교육에 참여한다.

기억수집가들은 자체적으로 구술채록에 참여할 기억제공자를 발굴해 시간 약속을 한 후 녹음장비를 들고 방문, 인터뷰를 진행한다. 또 서울 중구 태평로1가 서울도서관 1층 메모리스튜디오에 상주하며 현장에서 기억제공자를 섭외,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기억수집가들이 캠핑카를 개조한 ‘메모리버스’를 타고 공원 등을 다니며 현장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이들은 인터뷰를 마친 후 내용을 요약 기록해 음원, 기억제공자 사진 등과 함께 재단에 제출한다. 재단에서는 편집작업을 거쳐 음원을 메모리인서울프로젝트 홈페이지(http://sfac.or.kr/memoryinseoul)에 게재하고, 메모리스튜디오에도 보관한다. 메모리스튜디오에 보관된 음원은 누구나 무료로 청취할 수 있다.

재단은 일련의 작업을 마친 기억수집가에게 인터뷰 건당 5만 원의 활동비를 지급하며 기억제공자에게는 인터뷰 장면을 찍은 기념사진과 혼합곡, 국화차, 무릎담요 등의 답례품을 증정한다. 기억수집가들은 지난 15일 현재 764명(2013년 355명·2014년 409명)의 기억제공자를 만나 693건(2013년 312건·2014년 381건)의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총 1158개의 에피소드(25개 자치구별, 20개 주요 주제별 분류)를 메모리인서울프로젝트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현재 활동하는 기억수집가들 중 작가(8명)가 가장 많다. 또 주부, 무대미술디자이너, 영화프로듀서, 도서관 사서, 사진작가, 약사, 라디오 PD, 마이미스트, 박물관 도슨트 등 다양한 직업인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메모리인서울프로젝트 첫해인 지난해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개인적인 사연을 듣는 인터뷰를 해온 재단은 올해 ‘서울을 기억하는 3가지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기획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 기획의 세부 주제는 ‘서울의 아픔:삼풍백화점’ ‘서울의 추억:동대문’ ‘서울의 환희:2002 월드컵’ 등으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기록을 위해 지난 8월부터 10명의 기억수집가가 투입됐다. 이들은 사고 당시 구조대로 활동한 사람들을 비롯해 봉사자, 기자, 의사, 변호사, 검사, 유가족, 건설업자, 서울시 관계자 등 42명을 만나 인터뷰를 완료했다. 또 동대문운동장 시절 활동했던 선수들과 시장 상인, 창신동 재봉사 등을 통해 동대문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에는 9명의 기억수집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5명의 기억수집가는 2002년 한일월드컵 거리응원단장, 붉은악마 임원진 등을 인터뷰하고 있다. 나머지 5명은 기억제공자 섭외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동화작가인 최은영 기억수집가는 “평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관심이 많아 지난해 1기 모집에 지원했다”며 “내가 발로 뛰며 기록한 자료들을 많은 사람들이 들으며 서울의 역사를 기억한다면 큰 보람을 느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서울 토박이 어르신들이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면 재미있지만 정치 상황 등 개인적인 생각을 펼치면 난감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삼풍백화점 팀에 소속된 그는 “당시 구조대원이 ‘한 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었는데…’하면서 자책할 때는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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