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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근 /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장

지난 6일 에드 로이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의 의미심장한 독도 관련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로이스 위원장이 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독도 표기와 관련해 “올바른 명칭은 독도(The proper name is Dokdo island.)”라고 밝혀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 정부는 독도의 표준 명칭을 ‘리앙쿠르 암초(Liancourt Rocks)’로 표기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지명 표준화를 담당하는 기관은 미국 지명위원회(USBGN)다. 외국 지명의 사용례도 이 지명위원회가 결정하고, 그 결정 내용을 미국 지리정보국(NGA)에서 관리하는 외국 지명 데이터베이스(GNS)에 올린다.

2008년 미국 지명위원회가 독도의 관할국 표시를 ‘대한민국(South Korea)’에서 ‘주권미지정지역(Undesignated Sovereignty)’이라고 바꿔 국내뿐만 아니라 외교적으로 큰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다행히 우리 정부와 국민의 강력한 항의와 노력으로 일주일 만에 원상태로 회복됐다.

하지만 독도의 표준 명칭은 그대로 ‘리앙쿠르 암초’로 표기되고 있다. 미국 지명위원회는 그간 한국 정부의 계속된 항의와 요청에도 불구하고,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한 탓인지 ‘리앙쿠르 암초’를 ‘독도’로 바꾸려하지 않는다. 리앙쿠르 암초는 1849년 ‘리앙쿠르’라는 프랑스 포경선이 독도를 발견하면서 그 선박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 지리정보국의 외국 지명 DB를 보면, 독도는 리앙쿠르 암초 외에 9개의 별칭이 있다. 죽도(Chuk-to)를 비롯해 독도(Dog-Do, Tok-to), 호넷 섬(Hornet Islands), 일본이 주장하는 ‘다케시마(Take-shima)’ 등이다.

‘죽도’는 독도의 일본식 명칭인 다케시마(竹島)를 한자 음으로 표기한 것이고, 다케시마는 독도의 일본식 발음으로 대나무 섬을 뜻한다. 호넷 섬은 1855년 영국의 함정 호넷호가 그 배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독도라고 표기한 것들도 있지만, 그 어느 것 하나 한국 정부의 공식 표기인 ‘독도(Dokdo)’를 반영하고 있지는 않다.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상으로 엄연한 대한민국의 영토이며, 1945년 일본이 한반도에서 쫓겨난 이후 계속 한국이 관할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독도 아닌 리앙쿠르 암초나, 호넷 섬, 또 다케시마라는 지명을 사용한 적이 없다. 미국 지명위원회가 지명의 국제적 표준화를 지향한다면, 독도를 관할하고 있는 대한민국 정부의 표준 지명인 ‘독도(Dokdo)’로 표기해야 마땅하다.

로이스 외교위원장은 “독도 문제는 역사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매우 적절한 지적이다. 1904년 일본 군함 니타카(新高) 호의 항해일지를 보면, 울릉도 주민들의 독도 표기와 관련해 ‘한국인들은…독도(獨島)라고 쓴다’는 기록이 있다. 주민들은 울릉도에서 맑은 날 바라보이는 독도를 돌섬을 의미하는 지역 사투리로 ‘독섬’이라 했고, 한자로 뜻을 따서 석도(石島)나 음을 따서 독도(獨島)로 표기했다.

그러한 독도를 일본은 1905년 러·일전쟁 중에 은밀하게 자국의 영토로 편입하고, 대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 독도를 대나무 섬, 곧 ‘다케시마’라고 이름지었다. 영토의 취득은 평온(平穩)하고도 공공연(公公然)하게 이뤄져야 하지만, 일본의 1905년 독도 편입 조치는 결코 그렇지 못했다. 그것은 러·일전쟁이라는 한반도 침략 전쟁 중에 은밀하게 취한 불법행위에 불과한 것이다.

‘독도에 관한 바른 역사 정립’을 기대하는 로이스 위원장의 의미 있는 발언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큰 울림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혼신의 노력을 다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