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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은 청정한 지역에서 미역, 다시마, 감태 등의 갈조류를 먹고 자란다. 자연산 전복은 해녀들이 직접 채취하여 공급하므로 값이 비싸고 귀한 식품으로 여겨졌다. 허약한 사람들을 위한 보양식의 하나였던 만큼 제주의 탐라지에는 전복이 말, 감귤과 함께 임금께 진상되는 공물 중의 하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최근에는 양식기술 발달로 전복이 많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자연산과 비교하여 맛과 영양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양식업자들의 주장이다.

전복김치는 우리 전통음식 중의 하나로 전복을 김치에 부합시킨 음식이다. 전복김치에 대한 문헌 기록으로는 증보산림경제와 규합총서에 전복김치 만드는 법이 소개돼 있다. 전복김치는 제주도의 향토음식이기도 하다.

전복김치를 만들기 위해선 먼저 유자 껍질과 생배를 가늘게 채 썰어야 한다. 그리고 전복을 물에 축인 다음 칼로 배를 갈라 주머니처럼 만들어 썰어 놓은 유자 껍질과 배를 그 안에 채우고 묽은 소금물에 절여서 김치를 담가 익혀 먹는다. 이렇게 만든 전복김치는 전복의 쫄깃한 맛과 유자 채, 배 채의 새콤달콤한 맛이 어우러져 독특한 풍미를 자랑한다. 전복김치에 무와 생강, 파를 넣어서 동치미와 함께 먹으면 시원하면서 또 다른 식감을 만끽할 수 있다. 제주도에서는 무를 나박 썰기하고 마른 전복을 물에 불려서 납작하게 저민다. 여기에 유자 채, 배 나박 썰기한 것과 생강, 파, 채 친 것을 함께 넣어 끓여 식힌 물에 간을 맞추어 붓고 익힌다.

최근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전복김치가 혈압을 낮춰주는 물질을 늘려준다는 연구가 진행되고 전복김치는 짠맛, 매운맛이 덜하여 어린이, 외국인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복김치는 발효 과정에서 전복의 각종 아미노산 맛과 전복에 있는 콜라겐 성분이 수용성으로 변해 소화흡수가 잘되고 건강에 유용한 생리활성물질(GABA)도 다량 생성된다고 한다.

이달 초 전남 완도군에서 국립수산과학원과 함께 전복김치 대중화를 위해 전복보쌈김치, 전복배추김치, 전복깍두기 등 10종의 전복김치를 만들어 품평회를 열었다. 품평회에서 일반인들이 쉽게 담글 수 있는 전복김치 레시피가 소개돼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