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의 특징은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거미줄같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치밀한 계산 없이 추진되는 출구전략은 오히려 화를 불러올 우려가 있다는 특징이 있다. 다수가 만족할 만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관(官)’ 주도의 하달식 정책보다 당사자 스스로 대화 테이블에서 서로의 이익을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시 주거재생센터 갈등조정관으로 뉴타운 재개발 실태조사에 직접 참여한 서정철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연구위원은 10일 “단순히 보면 ‘민·민’ 이익갈등과 ‘민·관’ 정책갈등이 혼재해 있는 복합갈등 정도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더 따지고 들어가면 갈등 당사자를 딱 정의하기 힘들 정도로 이해관계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재개발이 결정돼 하루아침에 거주지를 잃게 되는 세입자, 어떻게든 이익을 남기려는 건설사와 금융기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입법부 역시 뉴타운 갈등 안에 포함돼 있는 당사자라는 것이다. 서 위원은 “조합원의 재산권뿐 아니라 세입자의 생존권도 갈등을 극단적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며 “이해득실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대립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가능한 한 많은 당사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서로의 이익을 조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서 위원은 “우선 당사자들이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며 “뉴타운에 관한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생각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서로가 정확한 정보를 습득하게 되면 감정보다 이성을 앞세운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지난해부터 서울시가 실시한 뉴타운 실태조사는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서 위원은 “실태조사 전에는 집값 등 자신의 이익만 주장하던 주민들이 실태조사 후에는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조합의 운영 방식 등 뉴타운 개발의 원리를 이해하면서 다른 당사자들의 관점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서 위원은 “궁극적으로 하나의 대화 테이블이 마련돼 갈등이 해결돼야 한다”며 “비록 첫걸음이지만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해가 이뤄진다면 주민, 세입자, 정부, 지자체, 전문가 등이 협력적 거버넌스를 만들어 입장 차를 줄이는 일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