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가 끝내 27일 4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날 파업으로 1994년 63일 간의 파업 이후 지켜온 무분규 노사 평화가 20년 만에 깨졌다. 그러나 정작 파업 참여자는 3000여 명(회사 측 추산)으로 전체 조합원 1만8000명의 20%에도 크게 못 미쳤다. 노조 집행부의 노선에 수긍하지 않는 조합원이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올 들어 3분기까지 현대중공업은 3조2272억 원의 누적 적자를 냈다. 내년에는 조선을 비롯한 철강·석유화학 등 제조업의 성장이 멈출 것이라는 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권오갑 사장은 임원 30%를 감축하고 자신의 급여를 반납하기로 하는 등 비상 경영에 나서고 있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노조는 기본급 강화, 통상임금 확대, 조건 없는 정년 연장 등의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평균 연봉이 7200만 원에 이르고 의료비·교육비 등 사내복지도 국내 최고 수준인 우량 직장으로 꼽힌다. 그런 노조원들이 급여·근무 여건을 더 좋게 해달라고 파업하는 것을 3만9000명의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어떻게 볼 것인가. 이들의 임금은 노조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러잖아도 파업에 앞서 실시한 찬반투표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25일 정규직의 과(過)보호를 지적하고, 노동 개혁을 역설했다. 현대중공업 파업은 전체 근로자의 7.4%에 불과한 대기업 정규직 노조원이 노동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이 임금 투쟁에 집중하는 동안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들과의 급여 격차는 3배가량으로 커졌다. 제몫을 더 챙기려는 이기주의는 노조의 입지를 줄이는 자충수일 뿐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소중한 노사 평화 20년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