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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플루리부스 우눔(E Pluribus Unu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추수감사절을 맞아 미국민들에게 단합을 호소했다. 흑과 백으로 갈라진 사회, 이민법 등 각종현안을 놓고 대립 중인 공화당과 민주당, 빈자와 부자의 갈등구도 속에서 그는 미국민들에게 자유와 평등, 정의의 건국정신을 지켜나갈 것을 호소했다. 미국사회의 모순과 병폐의 상징으로 떠오른 퍼거슨 흑인 소요 시위는 추수감사절 연휴로 일단 소강국면으로 진입했지만 언제 다시 봇물터지 듯 흑인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올지 몰라 긴장감은 여전한 상태다.

오바마 대통령은 추수감사절인 27일 라디오와 인터넷을 통해 공개한 주례연설을 “여러분들처럼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추수감사절을 보내겠다. 밀린 일도 하고 좋은 음식을 먹고 미식축구 경기도 볼 것”이라고 시작했다. 인사말이 끝나고 오바마 대통령은 하고 싶었던 얘기를 바로 꺼냈다.

그는 “우리는 출신과 피부색, 종교가 무엇일지라도 미국을 고향이라고 부르고 풍요롭게 만들었던 사람들의 헌신에 감사한다”며 “그것은 바로 미국의 건국만큼이나 오래된 우리의 신조”라고 말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그 신조는 바로 ‘에 플루리부스 우눔’,즉 ‘여럿으로 이뤄진 하나’”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하나다”라고 거듭 힘줘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단합’을 향한 외침은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 총격 사살과 백인 경관 대런 윌슨(28) 불기소로 촉발된 최근의 흑백갈등과 이민법 개혁을 둘러싼 정치적 대립, 빈부격차 등 미국사회의 분열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는 “우리를 하나로 단합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기억하고 감사해야 한다”며 “그것은 애국심, 정의와 평등에 대한 헌신, 그리고 운명은 스스로 개척한다는 믿음”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해외에 파견된 육·해·공군과 해병대, 해안경비대 등 5군의 대표 장병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노고를 위로했다.

이날 미주리주 퍼거슨시의 흑인소요 시위는 일단 소강국면에 들어갔다. CNN은 “추수감사절 연휴 첫날 퍼거슨시에서는 지난 사흘과는 달리 별다른 충돌이나 폭력적 시위는 없었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는 26일 오후부터 저녁까지 약 300명이 도심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항의 시위를 벌였지만 27일에는 진정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연휴가 끝나는 30일 이후 다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경찰 당국은 비상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

◇‘에 플루리부스 우눔(E Pluribus Unum)’= 라틴어로 ‘여럿이 모여 하나(One out of many 또는 One from the many)’라는 뜻이다. 고대 그리스철학자 헤라클리투스의 “모든 것은 하나가 되고 하나는 모든 것이 된다”란 말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다인종 미국의 건국정신을 나타내기 위해 정부는 1776년부터 인장(사진)에 이 문장을 새겨 사용하고 있다. 또 1센트와 25센트짜리 동전에도 이 문장이 새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