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결구도가 북한 주민들의 정상적인 사회·경제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방해하고, 북한 정치체제와 맞물려 자유롭고 전인적인 사고를 억제해왔다.’

참여연대·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인권정책연구소·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진보 성향의 시민·종교단체가 북한의 인권 상황 악화의 주된 원인을 ‘북한 정권의 반인도적 통치’가 아니라 ‘대립적인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에서 비롯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아 논란을 부르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26일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한 대안적 접근’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의 반인도적 인권 탄압 상황과 관련, “위계적·일원적·폐쇄적인 사회질서를 만들어낸 북한의 정치체제와 선군정치 등에 일차적 요인이 있다”고 지적하기는 했지만, 주로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등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보고서는 국회의 북한인권법안 심의도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유엔 총회 제3위원회를 통과한 북한인권결의안이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가 ‘최고위층’의 정책에 따른 것이었다는 점과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를 명시한 데 반해 이 보고서는 오히려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책임을 부각했다. 보고서는 “국제사회의 깊은 우려가 북한의 역할을 대신한다는 왜곡된 소명의식으로 변질될 경우, 반인권적인 상황이 초래될 수 있고, 무엇보다 북한의 인권역량을 높이기 힘들다”면서 “북한 인권은 결국 북한인들이 향유할 과제이므로 북한의 인권 역량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나아가 “국제사회가 심판관과 같은 태도를 취하는 것은 적절한 태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같은 맥락에서 대북제재도 북한인권 침해요인으로 분석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