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시가 시화호 일대를 ‘람사르습지(습지로서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람사르협회가 지정해 등록하여 보호하는 습지)’로 등재를 추진하면서 인근 지방자치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김포시, 고양시, 파주시 또한 람사르습지 조성을 두고 서로 간 갈등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습지 등록으로 국제적·환경적 인증을 받는 것에 찬성하는 입장과 하천정비나 지역개발 사업 등에 지장을 받을 것을 우려해 반대하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환경부가 연말까지 김포·고양·파주 일원 한강 하구의 람사르습지 등록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자체들의 입장 차이로 수년째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고양시의 경우 장항습지 보전을 위해 지난 2010년 3월 해당 습지에 대한 람사르습지 등록을 환경부에 요청한 뒤 그 밖의 구역에서도 람사르습지 등록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고양시 측은 우수한 자연경관을 보전하는 등의 이유로 찬성하는 반면 김포시는 홍수를 대비하는 등의 하천정비 사업에 지장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추진 중인 한강신도시 개발 사업에 지장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홍수피해가 많았던 파주시의 경우도 치수사업에 지장을 받을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 데도 관련 지자체 간 협의체 구성도 이뤄지지 않았다. 환경부와 김포·고양·파주시, 국립습지센터, 지역주민 등이 참여한 2013년 첫 토론회에 이어 지난 12일 두 번째 토론회에서 지자체들 간 의견개진이 이뤄진 게 협의라면 협의다.

환경부 관계자는 26일 “람사르습지 등록은 국제사회에 우수한 습지보유를 홍보하고 내세우는 것이지 어떠한 법적인 행위 규제도 없으며 치수사업은 물론 어로행위도 가능한데 지역주민들이 심리적 규제 등을 우려하는 것”이라면서 “지자체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조만간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서정 기자 hims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