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되살려주는 정책이 아쉬운 상황에서 50만 원 이상 카드 결제할 때마다 신분증을 확인하라니 제정신이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여신금융협회가 내달 30일부터 신용카드로 50만 원 이상 결제할 경우 반드시 신분증을 확인토록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소비자와 전문가들은 “금융규제 완화와 거꾸로 가는 정책”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가뜩이나 소비심리가 위축되어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고소득층의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개인신분 노출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고소득층의 카드 사용에 직접적인 영향이 갈 것이라는 지적이다.

조동근(경제학) 명지대 교수는 25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화폐 가치로 볼 때 50만 원은 현실적으로 적은 액수”라면서 “소비자를 불편하게 만들면서 본인 확인을 반드시 해야 한다면 적어도 기준 결제액을 수백만 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본인 확인 규정은 과거 카드 분실 신고 접수 과정이 더디고 복잡했던 당시에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지금처럼 카드 분실 신고 접수를 중단 없이 신속하게 할 수 있게 된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문제가 많은 규제”라고 말했다. 부정사고 피해에 대한 책임을 가맹점과 소비자한테만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최근 개인정보 수집 최소화나 간편 결제 도입 등과 같은 규제 완화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면서 “카드 결제 때 비밀번호를 입력하게 하거나 전자서명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카드 결제 때마다 사인하는 전자서명을 회원 가입할 때 제출하는 서명과 일치하는지 자동으로 확인하는 전산 시스템을 활용하면 본인 확인 절차가 간소화된다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소비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소비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부정사용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