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의 목적’에 한정했던 친족간 금품수수 전면허용

공직자가 금품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무조건 형사처벌 하도록 한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일명 김영란법)’이 누더기 법안으로 변질되고 있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이 법의 핵심 내용들이 상당 부분 삭제되거나 수정되는 등 후퇴하고 있어 법안의 형태 자체가 형해화한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당초 새누리당은 “김영란법을 원안대로 처리하겠다”고 사실상 대국민선언을 해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국가권익위원회가 만든 안을 대체적으로 찬성하고 있어, 26일부터 진행되는 법안소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24일 문화일보가 입수한 당정 협의 자료를 보면 권익위는 새누리당에 제출한 ‘부정청탁금지법 쟁점별 검토 방향’ 문건에서 부정청탁의 골자인 ‘공정하고 청렴하게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부분을 삭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부정청탁의 예외사유도 기존 정부안(4개)보다 늘려 7개 사유를 적시했다. 이에 대해 정우택 정무위원장은 25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부정청탁의 의미가 지나치게 불명확해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며 “예외규정 역시 늘렸지만 미흡한 부분이 있어 향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최초 부정청탁 발생 건은 면책해 주는 권익위 검토안에 대해서도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정 위원장은 “부정청탁에 대해 판단 곤란 등 현실적인 고민이 있기에 1차 부정청탁은 면책해 주고, 동일한 부정청탁 반복시에만 과태료를 물리는 안에 동의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부정청탁을 받는 공직자의 ‘의무적 신고’에 대해서도 ‘임의 신고’로 변경하는 안을 냈다. 권익위 측은 민원인의 의사표시 위축을 방지하고 신고에 따른 공직자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이 같은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금품 수수 금지 조항과 관련해선, 직무 관련 여부와 관계없이 ‘100만 원 초과시 형사처벌’ ‘100만 원 이하는 과태료 부과’라는 김영란법 원안을 추진(제1안으로 제시)하는 한편, 이런 김영란법 원안에 직무 비관련 금품수수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제2안으로 제시)도 함께 냈다. 권익위는 친족 간 금품 제공을 ‘부조의 목적’이라고 한정한 기존 안을 삭제, 친족 간 금품수수를 전면 허용하는 의견도 냈다. 공직자 가족의 금품수수 범위도 오로지 공직자와 관련된 부분에 국한했다. 일각에선 공직자 가족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일훈 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