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일명 김영란법) 원안을 대폭 후퇴시키는 ‘검토안’을 24일 비공개 당정협의에서 새누리당에 보고하고 새누리당이 상당 부분 이에 공감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 원안이 훼손되고 개혁 취지가 상당히 후퇴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문화일보가 25일 단독 입수한 당정협의 문건 ‘부정청탁금지법 주요 쟁점별 검토방향’에 따르면 권익위는 김영란법의 핵심인 ‘부정청탁의 개념’을 완화·축소하는 한편, 부정청탁의 예외 사유도 기존 4개에서 7개로 확대하는 검토안을 마련했다. 권익위는 문건에서 부정청탁의 개념 요소를 삭제하는 의견을 냈다. 구체적으로 권익위는 ‘부정청탁’의 개념 중 ‘공정하고 청렴하게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부분을 삭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부정청탁을 받은 공직자의 ‘의무신고’도 ‘임의신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권익위는 친족 간 금품 제공을 ‘부조의 목적’이라고 한정한 기존 안을 삭제, 친족 간 금품수수를 전면 허용하는 의견도 냈다. 지난 2012년 8월 ‘김영란법’ 원안이 입법 예고된 후, 정부안을 거치며 솜방망이 법안으로 변질된 원안이 2년 3개월 만에 다시 권익위에 의해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부정청탁의 예외 사유와 관련, 선출직 공직자(국회의원) 등이 공공기관에 법령·기준의 제·개정을 요구하는 행위와 지역구민의 민원을 정리해 그 문서를 공공기관에 전달하는 경우 등을 부정청탁의 예외 규정으로 두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권익위는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민원도 전면 허용한다는 의견을 냈다. 부정청탁 관련 제재범위도 축소시켰다. 당초 정부 안에는 1차 부정청탁도 과태료 부과대상이었지만, 권익위의 이번 검토안에는 1차 부정청탁은 처벌에서 제외하고 동일한 부정청탁을 반복할 경우 과태료를 매기는 것으로 후퇴시켰다.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은 “향후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