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심판 사건은 이른바 통진당 창당의 ‘진짜 목적’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어떤 판단을 하는지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변론 과정을 통해 북한을 추종하는 ‘주체사상파’(주사파)가 북한식 사회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해 통진당을 만들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고, 통진당은 선거에 의한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상적인 정당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24일 헌재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4일 17차 변론기일에서 현 통진당 충남도당 부위원장 주모 씨로부터 압수한 ‘주체의 한국 사회 변혁 운동론’이라는 문건을 증거로 제출했고 헌재는 이 문건을 증거로 채택했다. 주 씨가 통진당 전신 민주노동당 간부 시절이었던 2011년 당원 교육용으로 만든 이 문건에는 민노당을 ‘선군 사상에 기초한 변혁적 전위 조직의 합법 형태’로 규정하고 있다. 주 씨는 현재 국가보안법 이적표현물 소지죄로 재판을 받고 있다.

법무부는 이와 함께 이석기 통진당 의원이 주도한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사건 및 왕재산·일심회 사건 등 통진당과 민노당 시절 핵심 당원들의 국가보안법 위반 행위와 관련된 다수의 자료를 증거로 제출했다. 민노당과 통진당을 주사파 세력이 이끌고 있는 당으로 보는 것이다.

과거 남한 주사파의 대부로 ‘강철서신’ 저자인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 씨는 증인으로 나와 1995년 지방선거에 출마한 김미희·이상규 통진당 의원에게 북한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지원했다고 공개하면서, 통진당이 과거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의 후신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법무부 측 참고인으로 나온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당 해산 제도가 있는 상황에서 민주적 기본질서를 명시적으로 부정하는 정당을 찾기 어렵다”며 “통진당의 위헌성을 판단하려면 퍼즐 맞추기를 통해 숨겨진 목적까지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통진당 측은 이에 대해 폭력혁명 등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북한과의 연계성을 부인했다. 통진당 측 증인인 권영길 전 의원은 “민노당은 선거를 통해 집권하는 것이 목표였고, 북한의 지령으로 창당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일성이 만든 개념으로 알려진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표현이 강령에 등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김구 선생이 사용했고, 임시정부 의정원 속기록에도 나오는 일반적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