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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1위는 나의 꿈, 싸이가 내 자리를 남겨뒀다.”

정규 8집 앨범 ‘힘(HIM)’을 들고 3년 만에 돌아온 가수 김범수(사진)가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동안 수차례 미국 시장을 두드렸던 그의 꿈은 여전히 ‘빌보드 1위’다. 아무도 미국 시장을 겨냥하지 않던 시절, 그의 1집 타이틀곡 ‘하루’를 영어로 녹음해서 발표한 ‘헬로 굿바이 헬로’가 2001년 빌보드 싱글 차트 51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킨 후 빌보드는 더 이상 그에게 넘볼 수 없는 벽이 아니다.

게다가 가수 싸이가 ‘강남 스타일’로 빌보드 2위까지 올라선 건 그를 자극하는 계기가 됐다. 새 앨범의 수록곡 ‘욕심쟁이’를 ‘강남 스타일’의 공동 작곡가인 유건형과 손잡고 만든 건 그의 속내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싸이와 유건형은 나의 꿈에 가장 가까이 갔던 사람들이다. 산악가들이 에베레스트를 등반한 이들을 존경하듯 나 역시 두 사람이 존경스럽다. 이번 앨범을 함께 만들며 유건형이 많은 노하우를 알려줬다. 미국 시장을 공략할 때 중요한 건 전략보다는 진정성 있는 음악이라 생각한다. (웃으며)그래도 싸이가 빌보드 2위까지 올랐으니 내가 올라갈 자리를 남겨뒀다고 생각한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김범수는 ‘발라드의 황제’라는 안정된 수식어를 버렸다. 많은 대중이 열광하는 김범수표 발라드 대신 힙합, 리듬앤드블루스(R&B) 등 흑인 음악으로 시선을 돌렸다. 긱스, 스윙스 등 힙합 뮤지션들과 협업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이번 앨범의 베이스가 흑인음악이라 발라드 가수의 창법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대신 처음 가수가 되기 위해 트레이닝을 받으며 얻은 창법을 여과 없이 보여주게 됐다. 그동안 대중들의 취향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이번 앨범은 ‘제 이야기를 들어봐 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타이틀곡 ‘집밥’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힘든 세상에 지친 모든 이에게 따뜻한 집밥을 한 끼 대접하고 싶다는 심정으로 만들었다. ‘집밥 너무 그리워, 가족의 마법, 본가 따뜻한 집으로 내가 쉴 수 있는 곳’이라는 가사는 지친 대중의 마음을 보듬는다.

“이번 앨범은 2년간 준비했다. 제작하는 데 1년 6개월 걸렸는데 당초 타이틀곡은 업템포 곡인 ‘욕심쟁이’였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6개월 정도 발표가 연기됐고 고민 끝에 사회적·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해 ‘집밥’으로 타이틀곡을 바꾸게 됐다. 요즘 대한민국에 가슴 아픈 일들이 많은데 이런 공허함을 채우고 위로가 되는 곡이 될 것 같다. 독립한 지 5년이 된 내 처지를 담은 곡이기도 하다.”

김범수는 앨범 준비 외에도 최근까지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 6’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해왔다. 어느덧 데뷔 15년 차를 맞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컬리스트가 멘토로 나서 후진 양성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은 꽤 의미 있는 일이다.

“나 역시 ‘나는 가수다’의 무대에 올라 대중의 평가를 받았지만,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그동안 출연을 고사해왔던 거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를 통해 내가 새로운 기회를 얻었듯 새로운 뮤지션을 발굴할 창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가 훌륭한 가수들의 등용문이 됐듯 ‘슈퍼스타K’가 그런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미약하나마 조력자가 되고 싶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