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2월 1일 새해 예산안 자동 부의에도 불구, 예산안 처리 합의가 안 될 경우 정부 원안과 여당의 수정안이 동시에 상정되고 법적으로 보장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거쳐 국회 본회의 표결 강행이라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예산안 자동 부의제 시행 첫해인 올해 예산안의 처리 과정은 향후 매년 진행될 예산안 처리의 관례가 되는 만큼 여야 모두 한 치 양보 없이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사전 정지작업을 벌이고 있다.

바뀐 국회법(선진화법)에는 ‘위원회는 예산안 심사를 11월 30일까지 마쳐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 기한 내에 심사를 마치지 못했을 경우 그 다음 날(12월 1일) 예산안이 본회의에 부의된다.

본회의에 부의되면 언제든지 예산을 안건으로 상정시켜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을 가진다. 이 경우 국회의장은 부의된 예산안을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다. 현재 12월 1일과 2일 국회 본회의가 잡혀 있다.

야당은 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할 수 있다. 국회 재적 의원 3분 1 이상의 요구로 제안할 수 있기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이 이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 국회법 106조에 따르면 예산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12월 1일까지 적용하고 자정에 종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까지 진행되면 12월 2일 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는 모든 전제조건이 충족된다. 예산안이 자동 부의되면 원칙적으로 정부가 제출한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올라온다.

하지만 여야 간 극심한 쟁점을 제외한 여당의 수정예산안이 상정될 가능성도 있다.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한다는 데에 여야가 합의하지 못해도 예산안 처리 시한을 미룰 수는 있다. 국회법 85조 예산안 자동 부의 규정에도 ‘의장은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한 경우 (자동 부의 적용에 대해)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현일훈 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