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각 부처의 ‘예산 사수’ 전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예산 숨기기, 예산 부풀리기 등 각종 ‘꼼수’를 총동원해 국회의 막판 칼질을 피하려는가 하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위원들에게 ‘쪽지 민원’을 넣는 등 의원과 부처 간 신경전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19일 한 예결위원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부처들이 예산을 최대로 확보하기 위해 예산안을 교묘히 짜오는 수법이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수법이 국채 이자상환 금리를 실제보다 높게 적용해 ‘여윳돈’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2013년 국채 발행 평균 조달금리가 3.14% 수준인데 내년도 예산안은 4.5%로 적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예결위 또한 앞서 검토보고서를 통해 “이자불용액이 최근 4년간 꾸준히 5000억 원을 상회하고, 2013년의 경우 공공자금관리기금 이자지출 불용액 규모가 8000억 원을 초과했다”며 “기준 금리를 실제 예산운용 상황에 맞춰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각종 예비비 편성 또한 부처들의 전형적인 예산 부풀리기 사례다. 또 다른 예결위원은 “올해는 유독 ‘안전’ ‘재난’과 관련된 예비비가 많이 올라왔는데 하나하나 살펴보면 근거도 없고 실현 가능성도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삭감하지 않으면 눈먼 돈처럼 쓰이거나, 부처들의 돈 쌓아두기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부처 예산이 삭감 대상에 오르지 않도록 예결위원들에게 쪽지 민원을 넣는 것 또한 공무원들이 열을 올리는 부분이다. 예결위 간사를 지낸 바 있는 한 의원은 “쪽지 예산은 의원만 밀어넣는 게 아니다. 부처도 기재부와 의원을 통해 어마어마하게 집어넣는다”며 “그렇게 받은 것만 300여 건”이라고 말했다. 한 보좌관은 “부처든 의원이든 아무리 쪽지를 넣어봤자 기재부가 반대하면 허사”라고 전했다.

한편 예산안 심사 기한과 관련, 여야의 신경전도 본격화됐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 수석부대표는 당내 회의에서 “30일까지 심사한 내용을 수정 동의안으로 만들어 정부 원안과 함께 상정해 12월 2일 곧바로 표결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이석현 국회 부의장은 “여야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이 합의해서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12월 9일 처리하는 것이 순리”라고 밝혔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