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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일본 도쿄(東京) 총리 관저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사진)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만났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 자리에서 일본 경제 최대 현안인 내년 10월 소비세 추가 인상 계획과 관련해 “지금 경제 상황에서 증세를 하면 ‘아베노믹스’가 실패로 끝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본언론에 따르면 강연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그는 아베 총리에게 “(소비세 추가 인상은) 아베노믹스를 성공시켜 디플레이션 탈출을 확실히 해 둔 이후에도 늦지 않다”며 소비세 인상 시점을 연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만남은 아베 총리의 경제자문역인 하마다 고이치(浜田宏一), 혼다 에쓰로(本田悅朗) 내각 관방참여의 주선으로 성사됐다. 하마다, 혼다 참여는 모두 소비세 증세 시기를 2017년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사람이 크루그먼 교수를 앞세워 아베 총리를 압박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마다, 혼다 참여가 세계적 석학인 크루그먼 교수를 통해 ‘국제 전문가들도 소비세 인상 연기를 지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아베 총리에게 전달하려 했다는 것이다. 일본 안팎에서는 아베 정부가 국제사회에 공언한 소비세 인상 시점을 연기할 경우 일본 경제의 국제신인도가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같은 날 보도된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도 “일본 경제에 있어서 내년 소비세 추가 인상 계획이 가장 우려된다”면서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언제 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4월 1차 소비세 인상 이후 일본 경제 지표가 크게 악화한 것을 언급하며 “(1차 소비세 인상은)전략상의 실수였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아베노믹스의 성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는 “물가상승 기대감이 높아지는 등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성공적”이라면서 “현재까지 성적은 B학점 정도”라고 말했다. 기록적인 엔화 약세에도 일본 기업들의 수출이 크게 늘지 않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아직은 기다려야 하는 시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제조기업들이 통화 가치의 변화에 맞춰 생산을 조정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며 “1985년 ‘플라자 합의’로 달러화 약세가 진행됐을 때에도 미국의 수출이 회복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렸다”고 부연했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