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현대인의 건강식으로 확고히 자리 잡은 시금치. 최근 시금치의 영양성분 중 일부가 뼈 건강에도 좋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염좌이건, 디스크이건 허리통증을 유발하는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선 뼈가 건강해야 한다. 뼈가 단단할수록 몸 전체가 튼튼해지고 요통을 유발하는 부상을 입을 위험이 줄어든다.

뼈가 건강하려면 칼슘이 핵심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성인의 하루 칼슘 섭취 권장량은 700㎎이다. 시금치에는 칼슘뿐 아니라 녹황색 채소에 풍부한 각종 비타민과 아미노산이 듬뿍 들어 있다. 그래서 한창 자라는 어린이에게 천연영양제나 다름없다.

특히 한겨울에 나는 시금치는 맛도 좋다. 찬바람을 이기느라 땅바닥에 납작 붙어 통통하게 자란 시금치는 연하면서 다디달다. 겨울 시금치 중 으뜸으로 꼽히는 것이 경북 포항의 포항초다.

뼈 건강과 관련해 시금치에서 최근 주목받는 성분은 비타민K다. 혈액 응고 비타민으로 알려진 이 비타민은 칼슘이 뼈에 달라붙는 데 도움을 주어 뼈의 밀도를 높여 준다. 브로콜리와 시금치를 비롯한 짙은 색 잎채소에 들어 있다.

최근 외국의 한 연구에서 시금치에 풍부한 비타민K1과 고관절 골절 위험성의 상관 관계를 알아본 결과 비타민K1 섭취도가 낮은 그룹이 고관절 골절 발생 빈도가 비교적 높게 나타나 주목을 끌었다. 비타민K1을 많이 섭취한 사람들은 고관절 골절 위험이 3배나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뼈 건강 외에도 시금치의 효능은 무궁무진하다. 혈액 속에 호모시스테인 함량이 높으면 지각력 감소 등 뇌 기능 감퇴를 가져온다.

이때 호모시스테인 함량을 효율적으로 낮춰 주는 것이 바로 엽산인데, 녹색잎 채소에 엽산이 많이 함유돼 있다. 엽산이 부족하면 우울증뿐 아니라 기억력에 문제가 생기고, 알츠하이머병과 치매 위험도도 높아진다. 엽산은 세포의 분열과 성장에 필요한 비타민으로 태아나 유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성분이다.

시금치에는 196.2㎍의 엽산이 들어 있다. 비타민A의 전구체인 베타카로틴(3640㎍), 비타민B1(0.12㎎), 비타민B2(0.34㎎), 니아신(0.5㎎), 비타민B6(0.09㎎), 비타민C(60㎎) 등 활성산소 축적을 억제해 주는 각종 비타민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특히 평소 눈이 많이 피로한 사람은 시금치의 베타카로틴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채소 가운데서도 비타민A가 가장 많은 게 바로 시금치다. 비타민A는 눈 건강과 직결되는 영양성분이다. 특히 비타민은 약보다는 식품으로 먹는 것이 더 효과적인데, 비타민A는 시금치의 줄기보다 잎사귀에 많이 들어 있다.

시금치의 항암 효능도 최근 밝혀지고 있다. 독일 한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보면 시금치와 양배추를 많이 섭취한 사람들이 적게 먹은 사람들에 비해 췌장암 발병률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왔다.

시금치의 유일한 단점은 수산이 들어 있다는 것. 수산은 체내에서 칼슘과 결합해 수산칼슘이 되는데, 이것이 몸에 쌓이면 결석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시금치를 매일 한 단씩 먹지 않는 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더구나 물에 데치면 대부분의 수산이 빠져나간다.

전문가들은 시금치의 수산이 문제가 되려면 매일 1㎏ 이상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먹는 정도라면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말한다. 단지 아스피린 등 피를 묽게 하는 약이나 항응고제를 복용 중이라면 시금치에 풍부한 비타민K가 약효를 떨어뜨리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시금치는 줄기에 물이 많고 통통하며, 어린 잎이 너무 많지 않은 것, 떡잎이 적은 것이 좋다. 한 뿌리에 잎이 많이 달린 것, 줄기가 너무 자란 것은 잎도 줄기도 뻣뻣하고 시금치 특유의 향기를 잃어 맛이 없다. 잎의 길이가 짧고 뿌리의 붉은빛이 진할수록 달다. 국을 끓일 때는 줄기가 길고 잎이 넓은 것이 좋다. 시금치를 장시간 삶으면 항산화 효능이 뛰어난 비타민C 손실이 커지므로 살짝 데친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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