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세종학당에 다니고 있는 키아라는 한국에 관심이 많아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고 있다. 케이팝(K-POP) 가수의 노래를 따라하고, 한국의 문학·역사에 관한 책도 읽었다. 세종학당을 통해 베네치아에 온 고은 시인을 만나는 영광도 누렸다. 최근엔 우수 학생으로 뽑혀 한국을 방문하는 행운까지. 키아라는 “한국어를 공부하며 한국에 대한 흥미가 더 생겼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할 예정”이라고 말한다.

2007년 몽골 울란바토르에 처음 세워진 이래 현재 전 세계 100개소가 넘는 세종학당. 한국을 알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울 수 있는 곳이다. 2012년 10월에는 세종학당을 지원하기 위한 ‘세종학당재단’도 생겨났다. 지난해 아시아·유럽·중동·미주 등에서 30개소가 추가되고 수강생은 1만 명 가까이 증가했다.

세종학당의 치솟는 인기 배경에는 단연코 한류가 있다. 우수한 문화가 널리 전파되면 자연스럽게 국가 브랜드의 가치가 올라간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키아라처럼 한번 그 나라의 문화를 접한 사람들은 더욱 깊이 알려고 한다. 한류의 확산과 세종학당의 증가는 크게 보면 원인과 결과이기도 하지만 선후를 따질 수 없는 긍정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 중 세종학당을 비롯해 전 세계에 퍼져있는 한국문화원, 국내에 설립된 한글박물관과 태권도원 등은 ‘문화 강국 코리아’로 향하는 전진 기지인 셈이다. 이 네트워크 속에서 궁극적으로는 국가가 변화하게 되는 것.

한 국가의 문화는 다양한 분야와 개인, 문화적 주체들이 이끌어가는 것이지만 이를 브랜드 강화에 활용하는 건 국가의 몫이다. 구체적인 목표 설정과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뒷받침돼야 한다.

세종학당은 국가가 어떻게 목표를 세우는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좋은 예. 한국어 교육을 위해 세종학당은 표준화된 교과과정을 마련해, 전 세계 어느 곳의 학당에서나 동일한 과정을 통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 또, 학습 기능 외에 상호 문화교류에도 힘써, 종종 우수 학생을 초청해 김치 담그기, 전통 놀이 체험 기회 등을 제공한다. 이들이 귀국 후 한국문화를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도록 한 것. 또한, 세종학당을 찾는 대다수 학생들의 동기가 K-POP인 만큼 학당은 이에 대한 관리도 소홀히하지 않는다. 멕시코, 칠레 등에서는 K-POP 댄스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다.

박동미 기자 michan@munhwa.com pd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