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4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에 위치한 디앤엠솔루션즈의 작업장에서 현장 교수가 학습근로자들에게 자동차 부품설계를 위한 분석업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등학교 입학하면서부터 취업이 최우선이었어요. 물론 대학에 대한 미련이 없지 않았는데 일학습병행제 덕분에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게 된 거죠.”

지난 4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설계 전문기업 ‘디앤엠솔루션즈’에는 3명의 고졸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이번 달로 디앤엠솔루션즈에 입사한 지 14개월째를 맞은 김선호(20) 씨는 지난 2월 안산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때 인턴으로 채용된 뒤 지난 1월에는 정규직 직원이 됐다. 디앤엠솔루션즈는 현대기아차연구소의 협력업체로 탄탄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으로 평가받는다. 2001년 설립됐고, 현재는 15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디앤엠솔루션즈는 올해 처음으로 김 씨를 비롯한 고졸 직원 3명을 대상으로 일학습병행제를 실시하고 있다.

김 씨는 디앤엠솔루션즈에서 정규직 근로자로 일하면서 4년제 학위취득을 위한 학습을 병행하고 있다. 평일에는 오전 8시∼오후 6시 정식 근무를 하고, 수요일과 금요일 오후 6시 30분∼9시 30분 주당 6시간의 현장교육을 받는다. 토요일에는 한국산업기술대학교에서 9시간의 이론교육을 받는다. 학기마다 정해진 커리큘럼을 이수하고 중간·기말고사 등 정해진 테스트를 통과하게 되면 4년 뒤 한국산업기술대학의 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다. 김 씨는 “일하면서 학습도 병행한다는 것이 체력적으로, 시간상으로 쉽지 않지만 제 또래들이 대학 다니면서 군대 갔다 오고, 취업준비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학습병행제의 장점은 학습과 현장의 괴리를 최소화하는 데 있다. 디앤엠솔루션즈의 학습근로자 3명은 듀얼산업학부 스마트기계가 전공이다. 1학년에 해당하는 올해는 기계설계 등 기초과목을 배우고 있으나 학년이 높아질수록 기업 현장에 최적화된 과목 위주로 커리큘럼이 구성된다. 수요자인 디앤엠솔루션즈가 주도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김경희(48) 디앤엠솔루션즈 상무는 “현장에 적용 가능한 내용 위주로 학습하다 보니 교육기관에서 이론만 배우는 경우보다 실용적”이라며 “해가 갈수록 학습근로자들의 현장적응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학습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디앤엠솔루션즈가 일학습병행제를 실시하는 이유는 수년간 이어져 온 인력난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큰 어려움 없이 지나간 탄탄한 중소기업이지만 인재들이 오래 근속하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뿐만 아니라 학습을 병행할 수 있는 일학습병행제는 직원의 근속을 유도하는 유인이 될 수 있다. 기업 차원에서는 직원들의 전문성 강화라는 장점도 있다. 김 상무는 “인력난은 우리나라 중소기업 대부분이 겪는 문제라고 본다”며 “일학습병행제를 통해서 조금 더 안정적으로 인재를 채용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학습병행제가 새로운 채용 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우려도 존재한다. 김 상무는 “이 친구들이 일학습병행제를 마치게 되면 직장경력 4년에 학위까지 취득하는 등 전문성까지 확보하게 된다”며 “그때 가서 애써 키운 인재가 회사를 떠날까 봐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도 도입 초기인 만큼 앞으로 학습근로자들의 장기근속을 유도할 방안을 보완해야 기업의 지속적인 참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사진=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